[EU 에너지 이슈] 유럽, 지역별로 공급 원천 다각화
- 그리스, 남동부 지중해권 에너지 허브로 발돋움 - 북 아프리카 아랍국들 신 에너지 사업에 속속 동참
장거리 해저 케이블로 이집트서 천연 가스 수입하기로
그리스 정부는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대책으로써 그리스와 이집트를 잇는 1371km 길이의 장거리 해저 전기 그리드 케이블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 해저 전선망은 이집트 북부 도시인 시디바라니에서 그리스 아티카 섬까지 확장될 계획이며 전력 수송량 3천 메가 와트에 이르는 공급량으로 약 4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이 가능하다. 그리스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코펠로우조스 그룹(Copelouzos Group)과 이집트 국가 에너지 당국과 합의된 에너지 프로젝트다.
일명 ‘그레기(GREGY)’ 프로젝트로 명명된 북 이집트-그리스 간 전력 공급 케이블 망은 공동이해프로젝트(Project of Common Interest, 줄여서 PCI)로 EU가 예산금 35억 유로를 후원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태양광 집전 시설과 풍력발전기로 발전된 ‘녹색’ 신재생 전기를 해저 케이블로 유럽 남부 그리스로 전송하면 그리스에서 자체 소비되거나 그리스와 EU 에너지 인프라 연결망을 공유하는 EU 이웃국가들로 재수출할 수 있는 범(凡) 유럽 에너지 프로젝트가 될 계획이다.
“이집트서 수입된 신재생 전기 중 3분의 1은 그리스 산업용, 또 3분의 1은 이웃 EU국 상대 수출용,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EU 이웃국의 녹색 수소 생산에 사용될 것”이라고 이오아니스 카리다스(Ioannis Karydas) 그리스 코펠로우조스 그룹 최고경영자는 부연했다.
한편 이집트의 에너지 당국도 새 남동부 유럽의 에너지 허브로 거듭날 그리스 아티카에 전력 수출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작업에 한창이다.
이집트는 앞서 2019년부터 리비아, 수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북동 아프리카와 걸프권의 주요 에너지국들과 협상을 마치고 오는 7~8년 내로 유럽에 신재생 전력 수송 연결망 본격 개통을 추진 중이다.
EU의 지원으로 이집트와 그리스 간 유럽 남동부 지중해권 신재생 전력 수출 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년 전인 지난 2021년 10월 14일, 그리스 에너지부(코스타스 스크레카스 장관)와 이집트 에너지부(모하메드 샤커 장관)가 대표한 양국은 그리스 수도 아네테에서 일명 ‘유로아프리카 인터커넥터(EuroAfrica Interconnector)’ 에너지 프로젝트 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전력망 운영 및 에너지 규제 조항을 상세 조율하기 시작했다.
‘유로아프리카 인터커넥터’ 프로젝트는 이집트에서 키프로스를 경유해 그리스까지 1천 메가와트 분량의 고전압 신재생 발전 전력을 지중해 해저 케이블 망을 통해 직접 전송하는 시스템(HVDC)이다. 올 2022년 12월 키프로스-이집트 간 케이블망 공사 착수, 2023년 키프로스-그리스 크레타 섬 간 케이블망 공사 착수가 예정돼있다.
북 아프리카・걸프아랍권 국가들, 화석 연료 수출국에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국으로
그런가 하면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중해 인근 국가 이스라엘도 이스트메드 가스 파이프라인(EMP)로 불리는 이스라엘-키프로스-그리스/이탈리아 간 신재생 전기 수출용 해저 케이블망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또, 유사한 기후 조건과 유럽과의 지리적 이점과 기후 조건을 공유하는 주변 아랍국들 - 예컨대, 조르단, 리비아, 수단 등 - 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력으로 약 18억 유로 규모의 에너지 협력 사업을 추진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에 따른 경제 제재 조치 이후로 석유 및 천연 가스 가격 폭등과 공급 불안 위기가 촉발되기 직전인 2021년까지만 해도 유럽 블록의 총 에너지 소비량의 40%를 러시아산 화석 연료에 의존해왔으나 최근 에너지 공급처 다각화가 급속히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