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리더스] 김준 SK이노 대표 "2050년까지 탄소 1억톤 절감"...실천 전략은?
- 온실가스 넷제로 추진 계획 발표..."글로벌 탄소 감축 기여도 높일 것" - 에너지·화학 사업 '전 Value Chain'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파악 - SK이노 계열 에너지·화학 2050년, 배터리·소재 2035년까지 Net Zero 달성 - 공정 효율개선 및 친환경 연료전환...저탄소 원료도입 및 운영 최적화 추진
재계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ESG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제 ESG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ESG는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투명한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 전략이다. ESG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ESG를 이끄는 사람들, 조직 등을 연중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註)>
"SK이노베이션의 지난 60년은 대한민국을 움직이고 성장시켜온 원동력 그 자체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미래세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향해 변화하고 있다. 넷제로를 향한 새로운 변화가 다시 한번 SK이노베이션(이후 SK이노)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다"며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 김준 SK이노 부회장은 새 비전인 '올 타임 넷제로'를 선포했다. ‘올 타임 넷제로’는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62년에 회사 설립 후 배출해 온 모든 탄소를 상쇄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2019년 기준 배출량 대비 2050년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2050 넷제로’를 넘어서는 SK이노의 도전적 목표이자 새로운 약속이다.
김준 SK이노 부회장은 "앞선 세대의 책임을 실천하는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지속 가능한 세상을 물려주겠다"며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 지속가능한 세상이 오는 날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7월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이라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하며 탄소 배출 없는 청정 에너지 공급, 플라스틱 재활용과 같은 순환경제 실현을 통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탄소배출량을 모두 상쇄하겠다는 도전적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지속 가능한 지구환경을 만드는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탄소배출이 없는 깨끗한 에너지를 생산해내겠다는 SK이노의 넷제로 실천 전략과 향후 방향성을 짚어본다.
2021-2022 넷제로 전략 수립
SK이노는 지난해 넷제로 로드맵을 최초로 수립한 이래로 상당히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발표하며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처음으로 2050년까지 넷제로 로드맵을 수립하고 공시한 SK이노는 ESG 경영에 있어 6개의 중점 영역 및 16개의 핵심과제와 22개의 중기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단기 경영 계획에 연계했다.
MSCI ESG Rating A등급 및 KCGS AA등급을 받는 등 국내외 주요 ESG 평가기관으로부터 우수한 평가등급을 확보한 SK이노는 넷제로 실행을 가속화 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목표 달성 실적과 경영진의 평가 및 보상을 연계해 운영하기에 이른다.
2022년에 들어서 SK는 기존 넷제로 로드맵을 확장한다. 넷제로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기회 및 위기 요인을 식별하고 전략적 재무적 영향 평가 체계를 구축한다. 또 기후변화와 관련한 주요 요인의 정략적 영향도 측정하는 모델을 구축한다. 스코프 1,2,3 감축 및 글로벌 탄소감추 기여 효과까지 결합한 종합적인 넷제로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최근에는 SK이노 계열의 ESG 경영 목표, 성과 및 127개의 ESG 관리 지표에 대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외부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기 위한 ESG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했다.
SK 울산 콤플렉스, ‘넷제로’ 위해 2027년까지 5조원 투자
SK는 탄소절감을 실현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SK 울산 콤플렉스(이하 울산CLX)에 설비를 투자하고 있다.
울산CLX가 2027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자하는 분야는 크게 ▶순환 경제 구축(1조7000억원) ▶설비 전환 및 증설을 통한 친환경 제품 확대(3조원) 등이다.
이중 특히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의 조성이다.
지난해 폐플라스틱을 다시 석유로 만드는 ‘세계 최대 도시 유전 기업’이라는 청사진을 밝힌 SK지오센트릭은 2025년 하반기까지 울산CLX 내 21만5000㎡ 부지에 폐플라스틱 재활용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연간 폐플라스틱 약 25만톤을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로벌 최초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을 모두 갖춘 공장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페트(PET), 복합소재를 모두 재활용할 수 있다. 3대 화학적 재활용 공정은 고순도 폴리프로필렌 추출, 해중합, 열분해를 말한다.
탄소에서 그린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단계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설비 전환 및 신증설도 추진된다. 울산CLX를 친환경 사업장으로 전환하기 위한 SHE(안전‧보건‧환경) 투자를 진행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처리 시설 신설, 환경 경영 개선 마스터플랜 수립 등이 대표적이다.
장기적으로는 탈탄소 기조에 따른 연료 수요 구조 변화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투자할 계획이다. 기후변화로 에너지 전환이 진행되면 휘발유, 경유 등 육상 수송용 연료는 감소하고, 친환경 항공유(SAF)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하는 시기를 대비해 울산CLX는 석유제품 생산 공정을 화학제품 생산 공정으로 전환한다. 친환경 항공유 생산을 위한 공정 신설 등을 고려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울산CLX는 CCS(탄소 포집‧저장) 사업, 넥슬렌 공장 증설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SK지오센트릭이 독자 개발한 넥슬렌과 같은 고기능성 화학제품은 일반 화학제품과 비교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유재영 울산CLX 총괄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친환경 중심의 공정개선, 연료전환 등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감축과 관련된 신기술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며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에 에너지를 공급해온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탈탄소 에너지에 기반한 친환경 소재&리사이클 리딩 플랜트로 도약하겠다”라고 말했다.
'인피니움' 투자 확정...탄소포집 및 연료생산 기술 확보
최근에는 탄소포집 및 연료생산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SK이노는 지난 12일 원유·석유제품 트레이딩을 하는 자회사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하 SKTI)를 통해 미국의 탄소중립연료(e-Fuel·이퓨얼, 전기 기반 합성연료)기술기업 '인피니움' 투자를 확정했다.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설립된 인피니움은 액체연료 합성 공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가스액체화(Gas to Liquid)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합성해 연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15년간 축적해온 촉매기술을 활용해 상업화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내년 초 미국 텍사스주에서 첫 상업생산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이퓨얼은 탄소배출이 없거나 매우 적은 전기를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고, 여기서 나온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결합·가공해 생산한 휘발유, 경유, 항공유를 뜻한다. 산업공정 혹은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이퓨얼을 만들면 탄소를 감축하면서 연료를 얻는 1석2조의 효과가 있다.
특히 액체연료를 대체하기 어려운 항공운송 분야에서 기존 석유를 대체할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로도 주목받고 있다. 차세대 항공연료 중 현재 상용화된 바이오연료는 원료 수급에서 한계가 있지만, 물과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하는 이퓨얼은 원료 확보에 걸림돌이 없다. 유럽연합(EU)은 항공유의 이퓨얼 사용을 의무화해 사용 비율을 2030년 0.7%를 시작으로 2050년 28%까지 늘릴 계획이다. 업계에서 이퓨얼 시장규모는 2030년 하루 13만 배럴에서 2050년 200만 배럴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이노 측은 "인피니움의 기술로 만든 이퓨얼 기반 연료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존 석유 기반 연료보다 훨씬 적다"며 "이퓨얼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포집, 감축되는 것까지 감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