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vs케이뱅크, 적금 금리로 '격돌'...승부처는?
카뱅 '단기', 케뱅 '장기'...전략 차이 드러나 주가 부양·상장 위해 고객 수 확보 절실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적금 상품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다. 두 은행은 공격적으로 적금 금리를 높이며 고객들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데, 어떤 은행이 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최근 적금 상품의 금리를 모두 인상했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서 수익을 얻기 어려워진 탓에 많은 시중 자금이 예적금으로 몰리고 있는데, 이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카카오뱅크는 26주적금의 자동이체 성공 우대금리를 기존 최대 0.50%포인트에서 최대 연 3.50%포인트로 인상했다. 이에 26주적금은 기본금리 연 3.50%에 우대금리 최대 연 3.50%포인트를 더하면 최고 연 7.00%의 금리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26주적금과 저금통 상품에 보여주신 고객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금리를 인상했다”며 “26주적금 적금 만기에 도전하는 즐거움, 저금통으로 잔돈을 모으는 재미와 더불어서 높은 금리 혜택도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역시 적금 2종의 금리를 인상하며 적금 경쟁에 맞불을 놨다.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적금'에 가입할 경우 3년은 연 4.4% 금리가 적용되고 '주거래우대 자유적금'은 3년 이상 가입자에게 연 5.1%의 금리를 적용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최근 예적금에 대한 고객 관심이 많아지면서 자유적금 2종의 금리를 인상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두 은행의 적금 전략에는 차별점이 존재한다. 카카오뱅크는 26주라는 단기간 가입 고객에게 집중한 반면 케이뱅크는 3년 이상 장기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입 고객의 연령대 역시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26주적금의 가입 연령대를 살펴보면 2030세대의 비중이 70%를 넘는다. 50대 이상의 경우 11%정도에 머물렀다. 단기간에 목돈을 모으려는 고객이 2030세대 가운데 다수 존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50대 이상 고객을 유치하는 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의 50대 이상 고객은 지난해에만 약 80만명 증가했다. 지난 2020년 14.65%였던 50대 이상 고객의 비중이 15.70%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현재까지는 케이뱅크의 적금 상품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지난달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4조3000억원으로 한 달 만에 81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유지한 데 반해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액은 32조9801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5759억원 줄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가 26주적금의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향후 카카오뱅크가 다시 수신 잔액을 늘릴 수 있을 지 두고 볼 일이다. 26주적금 금리는 인터넷은행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어 카카오뱅크가 순식간에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다.
한편 두 인터넷은행이 빠른 시일 내에 몸집을 키워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때문에 인터넷은행들이 예대금리차를 낮춰서라도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주가 부양이 절실한 상황이다. 3만9000원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현재 1만원대까지 주가가 하락해 우리사주 직원들을 벼랑 끝에 몰아넣기도 했다. 때문에 고객 수를 크게 늘려 주가 부양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케이뱅크는 내년 1월 상장을 앞두고 있어 상장 전까지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여야만 한다. 케이뱅크의 상장 예심 유효 기간은 내년 3월까지인데, 이 시기 상장을 완료하지 못하면 예비심사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케이뱅크가 원하는 '적정 기업가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상장 시기가 2~3년 뒤로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말 고객 확보가 케이뱅크에게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셈이다.
지난 3월 장외시장에서 케이뱅크 주가는 2만3400원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8950원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기업가치 역시 당시 7조원에서 현재 3조3625억원으로 줄어들어 케이뱅크의 상장에 적색등이 켜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을 수도 있어 이번 적금 가입 고객의 추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주가 부양과 상장이라는 큰 과제를 가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향후에도 공격적으로 금리를 높이며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