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구조조정 ‘한파’에…비정규직 근로자 어쩌나

케이프투자증권, 직원 30명 재계약 불가통보 국내 증권사 순이익 전년 대비 40%↓ 증시 호황에 늘린 비정규직, 직격탄 맞나 경기침체에 인력구조 유연화 나선 곳도

2022-11-04     김윤화 기자

증시 한파로 여의도 증권가에 거센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달 법인, 리서치본부 임직원 30명을 대상으로 재계약 불가 통보를 했다. 회사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이라고 밝혔으나 최근 급격히 악화된 실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30% 떨어진 영업적자 59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89% 쪼그라든 16억원을 거뒀다.

긴축 여파에 업계 전반이 실적 충격에 흔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58개 증권사는 올 상반기 전년 대비 40.4% 줄어든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문제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는 중소형사다. 

비용감소 차원에서 중소형사 중심으로 구조조정 위기감이 짙어지는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인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증시 호황기던 작년 상반기부터 국내법인 증권사 47곳은 비정규직 인력을 대폭 늘렸다. 노동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들 회사는 이 기간(2021.06~2022.06) 중 비정규직 1036명을 채용했다. 전체 직원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28.6%에서 30.9%로 늘어났다.

다만 증권업계는 특성상 IB, 영업 등 고연봉을 받는 전문계약직이 많다. 이들 모두가 고용 취약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비정규직 개념을 증권업계에 그래도 적용하긴 어렵다. 자기 스스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이들이 대다수”라며 “케이프에서 계약 해지된 이들도 대부분 고숙련 인력으로 다른 직장으로 어렵지 않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들과 구분되는 직군은 기간제 본사지원직이다. 계약연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IB, 영업 등 직군과 비교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내 5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NH투자·삼성·메리츠증권) 내 이 직군이 전체 기간제 인력 중 차지하는 비중은 20~40%로 높다. 다만 대형사는 아직 구조조정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이다. 

문제가 되는 중소형사는 본사지원 직군 규모가 대체로 낮은 편이다. 다만 편차는 존재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7명으로 전체 비정규직 중 6.2%에 그친다. 반면 SK증권 78명(45%), 대신증권 194명(36%), 유안타증권 112명(34%) 등으로 높은 곳도 존재한다.

걱정할 대상은 비정규직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저성과자를 중심으로 정규직 인력을 내보내고 이를 기간제 근로자로 채우는 인력구조 개편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은 이 기간(2021.06~2022.06) 중 정규직 53명을 내보내고 비정규직 53명을 뽑았다. 대신증권도 마찬가지로 정규직 32명이 나간 대신 비정규직 28명을 채용했다.

대형 증권사 중에선 미래에셋증권이 같은 기간 정규직 246명을 내보내고 비정규직 35명을 뽑았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정규직 42명이 빠진 대신 기간제 근로자 118명을 새로 채용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는 구조조정 위험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만약 일어난다고 해도 비정규직보다 저성과자 위주의 인력감축이 먼저 단행될 것”이라며 “이들이 빠진 자리를 비교적 비용이 낮은 기간제 근로자로 대체하는 고용유연화 작업이 점차 진행될 것이고 이미 진행된 곳도 있다.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