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캐스퍼’, 로켓배송 속사정은?...“재고 감당 힘들어”

할부 이자 상승으로 자동차 계약 취소자 증가 ‘빠른출고’ 캐스퍼, 최대 120만원 할인까지 보조금 소진으로 아이오닉6도 취소차 쏟아져

2022-11-28     장지혜 기자
현대차

현대차가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반도체 수급 부족과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출고난을 겪었다면 이제는 취소차로 인해 재고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캐스퍼의 경우 재고 물량이 1000대 가까이 쌓이면서 오전에 계약하면 오후에 자동차가 배송될 정도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정 차종의 취소 현황이나 재고 상황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금리 인상으로 소비재 구매 위축이 많다 보니 자동차 시장도 비껴가지는 못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28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코로나19의 영향과 자동차 부품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생산량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판매율이 저조한데다 계약 취소까지 증가해 완성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금리인상의 여파로 자동차 시장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 국내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몇 년간 2.1~2.3%로 금리가 동결됐는데 최근에는 6.7~6.9% 수준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자동차의 경우 할부 이자를 고정금리로 적용하기 때문에 향후 금리 인상을 고려해 책정한다. 내년에는 10%대까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계약을 걸어 두고 한참 뒤에나 구매할 줄 알았던 소비자들이 갑작스럽게 구매 순서를 맞고 크게 오른 할부 이자에도 부담을 느끼면서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한 대를 계약하면 인도까지 1년 이상 걸리면서 성행했던 중고차 시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금리 인상으로 업자의 중고차 인수가 부담이 된데다 중고차 가격도 일제히 하락하면서 중고차 업계도 찬 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에 웃돈을 받아 일명 차테크를 벌이던 시대도 이제 끝났다.

중고차 시장이 얼어붙으면 중고차를 팔고 신차를 구매하는 구조가 깨져 신차 구매율도 줄어든다. 소비자들이 기존의 차를 팔고 새 차를 사는 것이 일반적인데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면 신차를 사는 데 주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고차 가격이 내려가고 자동차 판매는 줄어들면서 현대차가 늘어난 재고를 감당하기 힘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캐스퍼의 경우에도 출시부터 주목받으며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기대만큼 판매되고 있지 않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온라인으로 판매를 개시한 캐스퍼는 구매가 쉬운 만큼 계약을 취소하기도 쉬워, 재고가 넘쳐나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자동차는 원하는 옵션을 선택해 주문을 넣으면 그때부터 생산에 들어가는 주문 생산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캐스퍼가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빠른출고’ 자동차는 이미 만들어진 차량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재고차라고 볼 수 있다.

캐스퍼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 위탁생산하고 있는데, 계약한 물량이 있어 생산을 멈출 수가 없다. 판매 수요는 줄어들지만, 생산이 계속되면서 전국에 있는 출고센터에 물량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을 핑계로 재고차를 판매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아이오닉6도 금리 인상에 더해 일부 지역 보조금 소진까지 맞물려 취소 사례가 늘고 있다.

A씨는 “5월쯤 전기차를 계약했는데 연식 변경으로 약 350만원 정도 자동차 가격이 오르고 현재 사는 지역의 보조금도 마감된 상황”이라면서 “대출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금리가 10%로 오를 수도 있다는 말에 더는 부담스러워서 취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닥치면서 최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기공식을 마친 현대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늘고 판매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상황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가 IRA 시행으로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미국에서도 공장을 짓겠다고 나섰지만 이러한 기조가 계속되면 생산도 전에 판매 부진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