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로 채운 정의선의 ‘뉴 현대차’, IRA 등 불확실성 대비 가속화

- 루크 동케볼케 CCO 사장 승진...글로벌 위기 대응 - 글로비스 대표 선임 이규복 부사장, GSO 신설 예고

2022-12-01     장지혜 기자
정의선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안정화에 초점을 둔 인사를 내놓은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해 대대적인 세대교체와 더불어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친환경 및 미래차에 방점을 맞춰 인사를 단행했다면, 올해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이 계속되면서 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장단을 결성했다. 새로운 사장단과 함께 현대차그룹은 미래 먹거리 확대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선제적인 새해 경영구상과 안정적인 경영 환경을 준비하기 위한 대표이사·사장단 인사”라며 “12월 중에 있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미래 준비를 위한 성과 중심의 인적 쇄신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이 2022년 대표이사·사장단 인사에 따라 루크 동커볼케 CCO를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로세스혁신사업부의 이규복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해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좌=현대자동차그룹

특히 이번 인사에서 정 회장은 루크 동커볼케 사장을 카드로 꺼내 들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장 승진에 정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2015년 말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고급차 시장 진출을 선언하던 당시 ‘디자인 경영’의 퍼즐을 맞출 인재로 현대차와 함께하게 됐다. 동커볼케 사장이 향수병 등 개인적인 이유로 사직했던 때에도 정 회장은 직접 나서서 그의 복귀에 공을 들였다.

1990년 푸조에서 디자이너 경력을 시작한 동커볼케 사장은 아우디,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브랜드를 거쳐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로 거듭났다.

2016년 현대차에 합류한 이후에도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디자인을 총괄한 그는 브랜드 정체성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승진에 따라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제네시스 브랜드 강화에 무게가 실린 것인지 관심이 모인다.

제네시스는 출범 이듬해인 2016년 내수 시장에서 4만 5503대가 판매됐고, 이후 매년 판매량을 늘리며 2020년에는 10만 8384대로 연간 ‘10만대’ 벽을 깬 거물이다. 인기 차종인 GV80의 경우 대기 기간이 2년이 넘을 정도로 없어서 못 파는 자동차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2016년 1만 1948대로 시작했던 해외 판매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브랜드 출범 초기 내수 시장 비중이 절대적이었지만 해외 판매 비중은 올해 들어 40%에 육박할 만큼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제네시스가 지난 2월부터 진행한 전기차 무선 충전 서비스 시범사업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고 최근 ‘제네시스 하우스 뉴욕’을 포함해 현대차그룹의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의 방향이 실행되고 있는 만큼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루크 동커볼케 승진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전략 컨트롤타워인 GSO(Global Strategy Office)를 신설하겠다고 예고하고 나섰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등 그룹 핵심사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 그룹으로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GSO를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HW), 모빌리티 서비스 관점의 미래 전략 방향을 수립하고 대내외 협력 및 사업화 검증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그리고 있다. 

특히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단일화된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 신속하고 일관된 전략 실행을 주도할 예정인 가운데, 12월 중에 있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