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화물연대파업, 동력 약화되는 세가지 이유
- 노조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파업 결정...투표 절차 거쳤어야 - 어떤 이유로도 불법은 용서 안돼 ...원희룡 장관, 연일 지적·질타 -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민노총은 기득권 카르텔" 비판도
지난달 24일 화물연대본부의 집단운송거부가 시작된지 2주째를 맞은 7일 민주노총은 화물연대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 총력투쟁대회를 강행했지만, 화물차주들의 파업 참여율이 하락하면서 동력이 약화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장관 원희룡)는 이날 "집단운송거부 관련 집회 등 참가인원은 3900명으로 출정식(9600명) 대비 41% 수준으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며 "시멘트 운송량은 평년 동월의 96% 수준으로, 레미콘은 71%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 12개 주요 항만의 일일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115%로 완전히 회복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화물연대의 파업동력은 하락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와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에 대한 입지는 높아졌다. 민주노총에 대한 국민적 반감은 크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화물연대 파업이 새로 출범한 윤석열정부의 경제성적표가 나오는 연말에, 그것도 미국의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경제적 어려움과 우려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도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보인다.
▲투표절차 거쳤다면 참여율 더 높았을 수도...지도부가 파업 재개 결정
첫번째는 절차상의 이유다.
이번 파업을 위한 투표절차가 없었다. 물론, 지난 6월 국토부와 합의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아 총파업을 재개한 것이어서 투표절차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화물차주들 대부분은 자영업 형태여서 공기업이나 대기업처럼 막무가내식 파업을 이어가기 어렵다. 누가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량할부금도 내야하고 생활비도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 파업여부는 물론, 파업기한도 의견수렴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또한, 파업의 목표도 분명했어야 한다. 이번 파업의 가장 중요한 명분은 안전운임제 일몰기한이 이번달말까지였다는 점이다. 그런데, 국토부는 처음부터 3년 연장을 제시했기 때문에 사실상 파업의 명분이 크게 약화된 이유로 꼽힌다.
나머지는 품목확대다. 그 중 5가지(철강,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가 우선 확대 품목이다. 이는 품목확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물류전문가들도 한번에 시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신중하게 검토해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어떤 이유로도 불법은 용납 못해" 반감 여론 급속 확산...원 장관, 연일 지적·질타
이번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법조계 엘리트 출신이 유난히 많다. 특히, 윤 대통령의 측근들은 법조계, 그것도 검찰 출신이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진보진영에서는 검찰공화국이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다.
따라서, 불법행위를 좌시하거나 타협할 가능성은 처음부터 희박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이런 점에 대해 윤 대통령과 원 장관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연일 불법 행동을 지적하고 질타해 온 원 장관은 이날도 자신의 SNS를 통해 민노총 간부가 경찰관을 폭행한 것을 비판했다.
원 장관은 이날 "민노총 간부가 급기야 경찰관을 폭행했다. 그동안 화물운송기사에게 쇠구슬을 쏘고, 협박을 하던 민노총이 이제는 경찰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며 "어떠한 폭력도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공무집행 중인 경찰에 대한 폭행은 법질서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철저히 응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여론이 노조의 불법 행동에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파업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노조의 불법 행동에 대한 냉정한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과 원 장관에 대한 관심도 증가로도 나타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근로자를 위한 파업인지 파업을 위해 근로자가 필요한 건지
세번째 이유는 노조집행부가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민노총의 총파업이 '정치파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근로자를 위한 파업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근로자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안전운임제의 유지와 품목확대는 특수고용직인 화물차주들에게는 생존과 생계를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안전장치다.
따라서 안전운임제는 파업을 위한 명분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노조 집행부에게는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고 협상하고 매달리고 호소라도해서 달성해야하는 중요한 숙제인 셈이다.
그런데 민노총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3일째였던 지난달 26일 '이러다 전쟁난다! 대북적대정책 중단! 미군은 떠나라!'를 구호로 외치며 삼각지역에서 '2022 자주평화대회' 집회를 가졌다.
근로자들의 권익과 대북, 대미정책의 상관성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민노총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지 반년만에 '정권 심판'을 외치고 있다. 이는 민노총이 정치세력이라는 반증이며, 기득권 카르텔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심지어 민노총과 화물연대 집행부 중에는 화물기사들을 고용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원 장관은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글을 올리고 민노총과 화물연대 집행부를 '기득권 독점 카르텔'로 규정하고 진정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도 분리 제거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원 장관은 이날 "화물연대와 민노총 집행부에는, 지입화물차 수십대를 보유하고 기사를 고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며 "수입이 좋은 운송구간을 차지하고, 운송구간을 화물기사들에게 배분하는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물연대 집행부는 화물기사가 아닌 운송사에게도 일감을 끊겠다, 예전 운송거부 때 운송사들 손봤다며 위세를 부리고 있다"면서 "조합비가 모이면 돈을 쓰기 위해 연례행사처럼 단체행동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운송거부인가? 노동자의 이름을 걸었지만, 사실은 노동자를 고용해 돈을 벌고, 운송사와 노선까지 지배하는 기득권 독점 카르텔"이라고 꼬집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의 절대다수는 노동귀족이 아니지만, 일부 노동귀족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은, 슬프지만 현실"이라며 "진정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서도 화물연대와 민노총 내에 자리한 노동귀족 카르텔은 반드시 분리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