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맨이 말한다➀] “평택은 지옥이다”...글로벌 1위 삼성 반도체 직원들의 하소연
-반도체 사업부 ‘뺑뺑이’ 인사이동 지적...“무능한 인사팀 때문” -성과급도 이제 부서별 차등 지급...“끝없는 경쟁구도 피말려” 아우성 -역량·성과만큼 보상받는 것도 아냐...반도체 사이클 영향 많이 타
“망하기 어려운 회사라는 건 알지만, 내부는 이미 썩어 있어요.”
세계 최고라 불리는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성과급을 매개로 한 경쟁 구도 속에서 뒤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지만, 최근 세계에 들이닥친 반도체 불황의 한기마저 직원들이 고스란히 체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직 개편 의지를 내비쳤지만, 직원들은 이를 개인 희생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녹색경제신문>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봤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평택은 지옥이다’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글 하나가 올라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 캠퍼스에서 연구개발(R&D)직으로 근무하는 직원 A씨가 작성한 글이다.
A씨는 삼성전자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잠깐, 기대했던 것과 다른 평택 캠퍼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실망감을 토로했다. 특히 잦은 인사이동을 단행하는 인사팀의 무능함을 꼬집었다.
그는 “평택 캠퍼스의 분위기가 굉장히 좋지 않다. 인사팀이 일을 너무 못해 부서배치도 ‘뺑뺑이’로 이뤄진다”라며, “(만약 삼성에 합격했는데) 평택 캠퍼스에 배치된다면 다른 회사로 이직할 것을 추천한다”라고 토로했다.
삼성 내부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실제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필요 이상의 잦은 인사이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삼성에 입사 후 평택 캠퍼스로 배치받은 B씨는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입사한 뒤 업무에 이제 조금 적응했다 싶을 때쯤 사업부를 옮기게 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라며, “조직 개편에 따라 반도체 사업부 내 인사이동이 이전에도 자주 이뤄졌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사업부 실무진이 자주 교체되다 보니,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또 다른 삼성 직원 C씨는 “인사이동이 잦다는 건, 단기간에 성과를 원하는 인사팀이 구성원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경영진의 압박이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내부에서는 또 새롭게 발령받은 실무진에게 반복해서 알려줘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와 함께 일하는 파트너사도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업계 최고 대우라고 알려진 삼성전자 반도체의 성과급 제도와 관련해서도 임직원들은 불만을 호소했다. 회사가 그 최고라는 성과급을 매개로 직원들을 괴롭힌다는 것.
C씨는 “다들 삼성에 입사하면 무조건 연봉이 높다고 말하는데, 사실 성과급 의존도가 높은 임금 체계라 정말 피 말리는 경쟁 구도를 지속해서 주문한다”라며, “게다가 실상은 반도체 사이클의 영향을 많이 타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크게 기대할 수도 없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솔직히 최근 경쟁사 대비 기본급이나 연차 등 보상이 확실하게 우위에 있는 편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마저도 앞으로는 부서별로 OPI(초과이익성과금)를 차등 지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 경영진은 이르면 내후년부터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에 제공되는 OPI율을 실적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B씨는 “외부에서 얘기가 나온 것처럼 실제 회사 내부에서도 추후 성과급 제도가 크게 바뀐다는 말이 기정사실로 되는 것 같다”라며, “이제는 DS(반도체사업) 부문 내에서도 경쟁을 심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오히려 직원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 불황이라 안 그래도 힘든데 직원들의 예민한 부분을 건드려 회사 균열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울분을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