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코스피 시총 상위기업 목표가 잇따라 하향 러시..."사탄 랠리 온다"

골드만삭스 "삼성전자 영업이익 지난해 4분기 대비 58% 감소 예상" LG엔솔 배터리수요·우리사주 오버행 우려로 한달만에 20% 빠져 현대차, 영업이익 선방했지만 IRA개정 여부 두고 신저가 내년도 주가전망에는 의견 엇갈려

2022-12-23     나희재 기자

4분기 국내 주요기업들에 대한 증권가의 목표가 하향 러시가 잇따르고 있다. 연말 모멘텀 부재와 투자심리 약화로 크리스마스 전후로 주가가 깜짝 상승하는 '산타랠리(Santa Clausrally)'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 테크 업체의 하락과 반도체 투자심리 약화가 맞물려 시장에서는 산타랠리가 아닌 '사탄 랠리'라는 자소 섞인 말이 나오고 있다"면서 "큰 이벤트가 없는 한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해보면 국내 기업들에 대한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금리상승 여파를 비롯한 주요국들에 대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반도체 혹한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굵직한 기업들에 대한 4분기 실적 전망치가 예상치를 밑돌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특히  수요 위축  여파로 인한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매서운 불황이 닥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삼성전자의 올해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5조8000원대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13조9000억원) 대비 58.3% 감소한 수치이다. 반도체 부분 예상 영업이익은 1조5000으로 봤다. 이는 전년 동기(8조8000억원) 대비 약 83% 급감한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메모리 업종 약화와 스마트폰·TV 출하량 감소에 따라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더욱 가파를 것으로 예상돼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투자 축소뿐 만 아니라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임원 관련 예산을 축도 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임원·팀장급의 복리후생비와 활동비를 포함해 업무추진비 등을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13만4000원으로 최고가를 찍고 이달 16일 장중 7만8000원선이 무너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KB증권은 최근 SK하이닉스의 12개월 목표주가를 11만원으로 하향하며 4분기 영업적자를 1조1천억원으로 추정하며 증권사 컨센서스보다 더 크게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KB증권은 "주요 고객사들의 강도 높은 재고조정과 더불어 글로벌 업체 간 낸드 점유율 확대 경쟁 영향으로 실적 감소 추세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내년 하반기 수급개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테슬라를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업종의 수요 둔화 우려가 예상되자 국내 2차전지 관련 주도 줄줄이 하향세다. 22일 테슬라의 일부 모델 가격 인하가 전기차 수요 둔화 신호로 인식되면서 테슬라는 장중 9% 가까이 폭락했다.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시솔루션은 지난달 62만2000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들어 배터리수요감소예상·우리사주 오버행(잠재적 물량 매도) 우려로 한달간 약 20% 이상 빠져 45만9000원에 거래중이다. 

하이투자증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해 중장기 성장 방향성은 변함이 없다며 목표주가를 66만원에서 63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매수의견은 유지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실적 하락 원인은 본업의 펀더멘탈 영향이 아닌 원화 강세에 따른 환율 변화, 일회성 상여금 반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기아의 경우 실적과 반대로 신저가를 갱신하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인 호재보다 내년도 불확실성에 따른 악재가 반영되면서다. 현대차는 오늘 15만8000원에 거래중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주가 하락은 일각에서 제기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우려보다는 경기 침체,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완성차의 영업이익률이 5% 수준으로 다시 떨어질 것이라는 컨센서스 영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시총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증시가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증시에 대해서는 극과 극의 시각을 내놓고 있다. 

맥쿼리증권은 내년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찬영 매쿼리증권 대표는 "미국의 금리 인상 효과가 내년 2분기가 돼서야 실물 경제지표에 나타날 것"이라며 "특히 레고랜드 사태나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와 같은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다면 코스피 저점은 1900선까지 밀릴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모건스탠리의 경우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3개월 내 종료될 것으로 보이고, 원달러 환율도 안정세를 보인다"며 "강세장에서는 3000까지 오를 수 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