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 했지만’…NH투자증권, 한투에 밀려 자기자본 3위로
지난 2년 두 차례 유상증자…자본 6천억↑ 최근 한투증권 카카오뱅크 인수에 3위로 밀려 ROE도 더 낮아…“추가 유상증자 계획 없어”
NH투자증권이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본 2위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달 한국투자증권이 그룹사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NH증권과의 자기자본 격차를 1.5조원 가까이 벌린 탓이다. 이에 NH증권이 향후 추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해당 격차를 다시 좁혀나갈지 관심이 모인다.
NH증권은 지난해와 올 4월 각각 2000억원,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그간 번 이익이 누적되면서 3분기 기준 자기자본(별도 기준) 규모는 6조8100억원으로 2020년 말 대비 1조1616억원(20.5%)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NH투자증권은 한국증권의 연결 및 별도 기준 자기자본을 모두 추월하며 안정적으로 업계 2위 자리에 안착했다. 올 3분기 기준 한국증권과의 자기자본 격차는 약 1400억원이다.
다만 한국증권이 지난 22일 그룹사가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 23.18%를 인수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총지분 취득금액은 3조4132억원으로 모회사 유상증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금액은 1.4조원 내외다. 이로 인한 자기자본 증가효과는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NICE신용평가가 추정한 인수 후 자기자본 규모는 총 8조2654억원으로 3분기 기준 NH증권과의 격차는 약 1조5000억원까지 벌어지게 된다.
NH증권은 이 같은 자기자본 순위 변동에도 아직 추가 유상증자 계획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NH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유상증자 등을 고려한 세부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며 “회사의 재무건전성이나 사업계획에 따른 자금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이는 자기자본 순위와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국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이 NH증권을 큰 폭 웃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카카오뱅크 지분인수로 자본 규모뿐만 아니라 향후 수익성에서도 두 증권사 간 격차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증권의 3분기 누적 기준 ROE는 9.0%으로 NH증권(5.4%)의 약 두 배다.
ROE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회사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대표 수익성 지표다. 한국증권의 최근 3년(2020~2022.06) 평균 영업순수익 시장점유율은 8.9%로 현재까지 NH증권(8.8%)을 소폭 뛰어넘는 수준이다.
글로벌 긴축한파에 단기실적이 큰 폭 꺾인 가운데 자기자본 순위마저 밀려나며 고심이 깊어진 NH증권은 최근 사업조직 개편 등을 통한 재정비에 나섰다. 기존 WM(자산관리)·Namuh(나무)·PB(프리미어블루) 3가지 영업채널 간 협업체계 구축을 위해 리테일 총괄부문을 신설했고, M&A(인수합병) 시장 확대에 대응해 IB(기업금융) 부문 내 관련 투자부서를 확대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고객 니즈에 맞도록 리테일 사업 지원조직의 채널별 연계와 서비스를 강화해 경쟁력과 고객만족도를 제고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했다”며 “이번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통해 고객의 니즈와 시장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업계를 선도하는 국내 대표 금융투자회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향후 전략을 묻는 질문에 관계자는 “앞으로 수탁업, 탄소배출권 사업 등 신성장 비즈니스 확대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라며 “동시에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를 통해 어려운 금융환경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나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