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든 빚투…증권사 이자율 인하, 변수 될까
연초 이후 코스피 10.4% 상승 신용거래융자 잔액 5%↑ 증권사 금리인하에 우려 나와
국내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낮추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초 이후 코스피 수익률이 10%를 웃돈 강세에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1일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손본다고 밝혔다. 다음 달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자율 산정 절차 및 공시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이자장사’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은행에 비유하면 대출이자는 지나치게 높은데, 예금이자는 반대로 저조하기 때문이다.
신용거래 이자율의 조달금리인 91일물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기업어음(CP)금리는 연초 들어 안정화되는 추세다. 21일 기준 각각 전년 말 대비 44bp(1bp=0.01%p), 113bp 내린 3.54%, 4.08%다.
반면 증권사 이자율은 더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이자율은 12월 평균 8.87%에서 7bp 오른 8.94%다.
이 가운데 예탁금 이용료율을 ‘찔끔’ 올리면서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지적을 받는다.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30개 증권사는 2019~2022년 동안 고객 예탁금으로 총 2조4670억원을 벌어들였으나 고객에게 지급한 이자는 5965억원에 그쳤다.
이에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삼성증권, KB증권, SK증권 등이 신용거래 이자율을 낮춘다고 밝혔다. 한국증권은 지난 14일 신용융자 최고구간(30일 초과) 이자율을 현행 9.9%에서 9.5%로 0.4%p 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금리인 CD와 CP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증시 및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 판단함에 따라 고객의 금융 부담을 줄이고 금융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자율을 인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빚투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2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연초 이후 7858억원(4.75%) 늘어났다. 총 17조3169억원이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10.4% 오르는 등 강세에 위험투자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늘어난 배경이다.
당장 23일(삼성증권)부터 국내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이자율을 낮추면서 빚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록 지난 4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감소했으나 1867조원으로 여전히 부담스러운 규모다.
빚투에 나선 투자자들이 주로 변동성이 큰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점도 관건이다. 최근 경영권 분쟁을 빚는 SM(에스엠)에 빚투가 몰리고 있다. SM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17일 1400억원을 돌파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민기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시장 신용거래자 중에는 신용융자를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개인투자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신용거래는 일종의 가수요이며 레버리지 수단으로써 투자자 효용과 주식시장 안정성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 과도한 사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국이 제도개선을 천명한 만큼 국내 증권사들의 이자율 줄인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자율을 낮춰도 여전히 9%대 높은 금리에 빚투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늘어난 건 단기적 흐름으로 코로나19때와 같은 규모의 빚투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이자장사라는 비판을)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건 아니나 투명성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