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테크와 디자인 미래 인류의 식량 문제의 해결사?
올 봄 들어 돼지고기와 닭고기 가격이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작년 연말 조류독감으로 닭고기와 달걀 공급량이 급감하면서 가금류는 가격인상이 멈추지 않을 전망이며,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즐겨먹는 돼지고기 가격 또한 올초 발생한 구제역 이후로 더 비싸질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4대 육류와 어패류를 포함한 총 육류 섭취량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엔 식량 농업 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근 20%가 축산업에서 비롯된다고 하며, 따라서 농축산업계를 수시로 곤경에 처하게 하는 전염병을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하게 통제관리하는 것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실험실에서 키운 배양 인공 육류를 먹게 될 날 곧 온다.
한편, 바로 지난 4월 국제 테크업계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공육(lab-grown meat)에 대한 뉴스로 들썩였다. 지난 몇 해 첨단 의학의 줄기세포 기술을 응용하여 식용 육류와 하이테크 대체 식료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했는데, 그 결과 지난 2012년에 네덜란드 마스트리히 대학 공학팀과 모사 미트(Mosa Meat) 社는 세계최로로 실험실에서 배양한 햄버거용 소고기를 공동개발해 소개했다. 그리고 멤피스 미츠(Memphis Meats) 社는 작년 이미 인공 소고기, 그리고 올초엔 인공 닭고기와 오리고기의 실험실 배양에 성공한데 이어 바로 지난 3월 말에는 2021년부터 소비자를 위해 상품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공육 개발이 현재처럼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다가올 2050년 약 97억에 이를 미래 인류(참고: 현재 세계인구수 73억 명)는 실험실에서 부위별로 배양한 고기를 먹게 될 것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윈스턴 처칠 前 영국 수상이 1931년에 쓴 “향후 50년(Fifty Years Hence)”이라는 글에서 미래 인류는 닭고기 가슴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 한마리를 키우지 않아도 될 시대를 맞게될 것이라 한 예측 보다는 40년이 늦어졌지만 어쨌든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가까운 수퍼마켓에서 인공육을 사먹게 될 날은 코 앞으로 성큼 다가올 것 같다. 뿐만 아니라 미래 시대 인류는 곤충을 원료로 한 맛있는 가공식품이나 식사 대용 영양 파워 음료를 먹고 마시는 것으로써 끼니를 대신하는 새로운 식생활 문화에 익숙해질 것이다.
도심 농경 - 공동체 내 기초 농산물 자급자족 시스템
과학기술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전인류의 식량을 확보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에게 먹거리를 제공하기까지 인류는 풀어야 할 숙제거리를 여전히 안고 있다. 이미 전세계 인구의 80%는 도시에 몰려 살고 있는데, 앞으로도 대도시 내 인구밀도는 더 꾸준히 높아질 것이고 사회안정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식량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한편, 최근 영국 큐 왕립식물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기후변화가 날씨를 더 불규칙하고 예측불능하게 해 작물재배 피해가 늘어나 식량확보를 어렵게 할 것이라 한다. 먹거리의 산업화・대량생산화는 토양을 고갈시키고 자기재생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화학 성장촉진제와 농약에 의존한 영양가 없는 쭉정이 식량을 양산해 내게 되면 인류의 보건적 측면에서나 생태학적 측면에서 볼 때도 지속가능(sustainable)하지 못하다.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 직접 채소를 키워먹는 방법을 통해서 인구증가, 대도시화, 식량생산과 유통의 부족의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도심 실내 농경(indoor urban farming)이나 공동체 텃밭 가꾸기를 제안한다. 인구밀도가 높고 여유 토지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도회 환경 속에서도 야채와 과일을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도록 이미 독일에서는 실내 수직 농가(indoor vertical farm)의 기술적 개발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또 벽을 이용해 작은 토양화분을 쌓아서 채소를 재배할 수 있게 한 실내재배시설인 나노농경(nanofarm)법은 초소형 아파트 거주자도 직접 야채를 재배해 먹을 수 있게 해 준다.
로컬 푸드 마켓 - 공동체 단위 식량 거래 체제
20세기 후반기 이후부터 농업생산력과 식품가공업이 기술적 비약을 거쳤고 대량으로 생산된 식량과 음식거리를 거대한 소비체제로 유통시키는 기술력과 인프라가 구축되어 왔다. 과학기술의 발전 덕택에 농수산물의 생산성은 전세계 인구를 충분히 먹여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도 10억 인구가 만성적인 기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유엔 세계 식량 계획(WFP) 기구는 부조리한 유통구조, 부적당한 가격체제, 비합리적인 운송과정 등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를 잇는 식품 공급과 유통 체제의 문제점에서 찾는다. 먹거리의 운반과 유통 과정에 소요되는 연료비, 인건비, 유통비는 물론이고 총 생산량의 3분의 1일이 버려지는 현재의 식재료 폐기율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시험된 결과, 도시 내 공터를 텃밭으로 가꾸고 공동체 장터로 활용하는 방안이 모색중이다. 미국 보스턴과 시카고 시정부는 동네 주민들이 밭을 일구고 수확물을 공동체 장터에서 팔수 있는 사업자 자격증제와 소액 사업 자본금 융자 서비스를 실행중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 주민들은 자동차를 운전해 먼 쇼핑몰로 가지 않고도 근거리에서 장보기를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부수효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부동산 개발로 이어질수도 있다. 그같은 새로운 식품 유통망이 구축된다면 기존의 수퍼마켓형 식품 유통 및 분배망과 마케팅도 그에 따라 획기적으로 변화해야 살아남을 것이다.
가공식음료 산업의 새 개척분야 - 3D 프린트 가공 식품
식료품 업계와 테크산업이 손잡고 협력이 한창인 요즘 디자인의 중요성이 돋보이는 분야는 3D 프린팅 기술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체험’으로서의 음식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요즘, 디자인은 식음료품의 모양새를 먹음직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이도록해 혁신적인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여 인식변화를 유도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현재까지 시장에 출시된 선구적인 3D 음식 프린팅 기기들은 가루부터 끈적한 액상형태나 반죽까지 재료만 부어넣으면 가공된 음식물을 찍어내는 기능을 한다. 가까운 미래, 로컬 푸드와 신선재료를 파는 공동체 장터에서 3D 프린트된 영양가가 첨가된 가공식품을 소비자 앞에서 인쇄해 내고 포장해 파는 활기찬 장터 광경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그러하듯, 우리는 먹어야 산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식량은 또한 사회 안정의 유지와 존속과 직결된 중대사안이니 만큼, 과학기술과 식품산업계 간의 긴밀한 협력으로 진행중이다. 인류의 미래 식량 문제에 대비하여 디자인 산업이 어떻게 미래의 식품 공급과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모색해 보는 전시회 『푸드 바이 디자인(Food by Design)』 전은 미국 아틀란타 디자인 박물관(MODA)에서 오는 5월 21일까지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