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분쟁] 이건희-구본무, 유언장 없는 별세에 이재용-구광모 세모녀 왜 다른 상속 불만 나올까

- 구본무 회장 별세 후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 상속 합의서 작성 ...세 모녀, "유언장 없다는 것 나중에 알았다" 주장하며 소송 -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이재용 회장과 세 모녀, 상속 비율 대로 나눠 ...과거 이건희-이맹희 상속 분쟁과 달리 이재용 가족 '화합' - "LG 전통과 인화 분위기 변화...가족 내 분쟁 조정할 어른 사라져"

2023-03-12     박근우 기자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을 상대로 세 모녀(어머니와 두 여동생)가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세 모녀의 원만한 상속 절차와 대비돼 '닮은 상황에서 정반대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과 고 구본무 LG 회장은 각각 유언장 없이 별세하자 이재용 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똑같이 세 모녀와 막대한 상속 문제 해결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창립 후 75년간 '인화(人和)'의 전통 답게 잡음이 전혀 없던 LG에서 가족 간 소송이라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했다.

재계 전문 변호사 A씨는 "이재용 회장과 세 모녀의 경우는 대체적으로 법정 비율 대로 상속이 이루어져 분쟁의 소지가 일단 차단됐다"며 "전세계 재계 사례를 보면 재산 분쟁은 늘상 있었던 일이고, 그간 재계 총수들이 유언장을 남기지 않은 이유는 유언장과 상관없이 자녀들 간 분쟁은 막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12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의 어머니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구연수 씨 등 세 모녀는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이 없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며 상속회복청구 뒤늦게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LG "가족 간 합의로 4년 전에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세 모녀 "절차상 문제 바로 잡아야"

반면 LG 측은 "가족 간 합의에 따라 4년 전에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며 "유언장 여부는 2018년 당시에 이미 여러차례 확인됐기에 합의서를 작성한 것이고 법원에서도 상속인 간 합의서가 존중된다는 판례가 있다"고 반박했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재산 상속 과정에서 상속권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한 유족이 제기하는 소송이다. 세 모녀는 상속 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아 법정 비율 대로 상속 재산 재분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법정 비율 대로 세 모녀가 지분을 확보할 경우 경영권이 바뀔 수 있는 문제가 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구광모 회장의 ㈜LG 지분율은 15.95%지만, 세 모녀의 주장을 반영할 경우 지분율이 9.7%로 대폭 줄어든다. 김영식 여사의 지분율은 기존 4.2%에서 7.95% 급증하고,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 씨의 지분율도 각각 3.42%, 2.72%로 상승한다. 세 모녀의 지분율 합(14.09%)이 구광모 회장의 지분율을 넘어서게 되는 것.

세 모녀 측은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서도 "절차상 문제를 바로잡아달라"는 취지로 입장을 밝혔다.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 향후 법정 가면 유언장 존재의 인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 될 듯

따라서 향후 법정에서는 유언장 존재의 인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문현 법무법인 두우 대표변호사는 "김영식 여사 등 세 모녀가 지분을 법정 비율 대로 받는다면 경영권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경영권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족 간 합의도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가족 간에 제사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구광모 회장의 양자 입적 이후 막대한 재산 앞에서 합의서 보다는 양보할 수 없는 가족 간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소송으로 LG는 격량 속에 빠져들 공산이 크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구광모 회장과 세 모녀의 상속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재용 회장과 세 모녀 사례와 대비돼 주목받고 있다. 

이재용 회장과 세 모녀, 경영권 유지 최우선 고려하되 삼성전자 등 법정 비율 반영해 분배

삼성의 경우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20년 10월 타계한 후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여사(전 리움미술관장)를 비롯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모녀는 원만하게 상속 절차를 통해 화합했다. 

이재용 회장과 세 모녀는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SDS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법정비율 등을 반영해 분배했다. 다만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주식 분할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회장과 세 모녀는 삼성전자 주식을 법정 비율대로 나눠 가졌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서는 법정비율보다 많이 상속받아 삼성그룹 지배력을 키웠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의 지분 20.76%를 보유한 1대 주주였는데 이재용 회장은 지분 절반 이상을 상속받았다. 홍라희 여사는 삼성생명 지분에서 제외됐고 이부진·이서현 자매는 각각 6.92%, 3.46% 나눠 받았다.

삼성물산과 삼성SDS 지분은 법정 상속 비율 대로 나눴다. 홍라희 여사는 9분의 3, 자녀 이재용·이부진·이서현은 각각 9분의 2를 받았다.

하지만 과거 삼성 가문은 '골육상쟁'의 흑역사를 갖고 있다. 지난 2012년,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은 수 조원 대 상속 분쟁을 심하게 겪었다. 두 사람은 서로 왕래를 끊었고 화해하지 않고 별세했다.

범LG 관계자는 "범 삼성가는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최근 앙금을 씻고 다시 화합의 분위기가 감돈다"며 "반면 범 LG가는 최근 몇 년 간 구 씨 가문이 여러 그룹으로 분화하면서 끈끈한 '인화'의 전통도 사라지고 있었는데 이번 소송의 경우에도 가족 내 분쟁을 조정할 어른이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