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들, 석탄화력발전 회사채 판매에 'ESG경영' 역행 논란...6개 증권사는?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미매각 누적 7천억원…개인투자자 대상 판매 “기후위험 떠넘겨…명백한 그린워싱“
탈석탄 선언을 한 증권사들이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회사채 발행에 또다시 뛰어들면서 논란이다. 이달 NH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는 삼척블루파워 회사채 발행을 공동 주관했다. 지난 2021년 이후 5번째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부진으로 2000억원 어치가 미매각된 가운데 이들 증권사가 15일부터 소매 판매에 나서며 기후위험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IB(투자금융) 업계에 따르면 삼척블루파워는 이달 초 이뤄진 225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80억원을 모집하는 데 그쳤다. 기관투자자들의 탈석탄 투자정책 여파로 풀이된다.
삼척블루파워는 강원도 삼척에 지어지는 2100MW(메가와트)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다. 포스코에너지, 두산중공업 등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내년 4월까지 2기 준공을 끝내고 상업가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발행을 맡은 증권사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린워싱(환경 위장주의)’이란 지적이다. 공동 주관을 맡은 증권사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6곳이다. 이들 중 키움증권을 제외한 5개 사는 모두 탈석탄 선언을 했다.
전국 25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탈석탄 네트워크 ‘석탄을넘어서’는 “ESG, 책임투자, 탈석탄을 이야기하는 금융기관이 이런 석탄발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며 “앞뒤가 다른 이들의 행보는 각 금융사가 발표한 탈석탄,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비판에 회사는 난처한 입장이다. 탈석탄 선언 이전인 2018년 맺은 총액인수확약(LOC) 계약인만큼 이행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탈석탄을 선언하기 전 체결한 계약으로 일방적으로 이를 끊기엔 법적문제를 비롯한 고객신뢰 문제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환경단체는 계약을 핑계 삼아 책임을 피해가는 행태라고 맞섰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앞에서 열린 규탄회의에서 기후솔루션 고동현 연구원은 “6개 증권사 중 대부분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지만 신규 석탄발전에 국한하고 있다”며 “이전에 체결된 LOC를 근거로 석탄금융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떠안은 미매각분이다. 지난 2021년 이후 누적된 미매각분은 7320억원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바짝 마른 가운데 이들 증권사는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물량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를 두고 기후위험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솔루션 고동현 연구원은 “미매각 된 채권을 고수익을 미끼로 개인투자자에 판매해 석탄채권과 기후위험을 떠넘기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그린워싱이고, 기후금융이 아니라 석탄금융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원대학교 성원기 명예교수는 소매 판매에 들어가는 삼척블루파워 상업운전 과정에 어려움이 있음을 지적했다. 성 교수는 “이러한 사업에 대해 투자가 아니라 청산이 맞다”며 “내년 2월 항만공사 완공 이후에나 시험가동이 가능한 상황이다. 정부와의 발전사업인가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발전사업인가가 취소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