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여성 신임 임원 7%…다양성 고민" 주문 한 달 만에 SK그룹 여성 이사 21%로 확대

SK그룹이 이사회 경영 강화를 위한 지배구조 ESG 혁신 전략인 '거버넌스 스토리'에 따라 올해 여성과 전문경영인 출신 사외이사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원동력은 조직의 다양성에 있다"며 "특히 신임 임원 중 여성이 7%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양성을 더 고민할 것"을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1일 SK그룹에 따르면 12개 주요 관계사는 3월 중 개최된 이사회에서 총 1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이들은 3월 말까지 열릴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새로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 12명 중 7명은 여성이고, 최고경영자(CEO)급 전문경영인 출신도 7명에 달한다.

SK그룹 관계사의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안이 모두 통과될 경우 여성 사내·사외이사 수는 총 19명으로 크게 증가한다. 전체 이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지난해 대비 7%포인트 높아진 21%가 된다. 최태원 회장이 주문한 지 1달 만에 이뤄진 것.

전현직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도 모두 1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기업인 출신이 사외이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대비 10%포인트 상승한 25%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원동력은 조직의 다양성에 있다"

SK그룹의 여성 사외이사 강화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다양성'을 실천 과제로 제시한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을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월 3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23 신임 임원과의 대화'에서 "다양성이 존재하는 조직은 생산효율이 20~30%가량 높다"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원동력은 조직의 다양성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은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는 글로벌 경영 환경'에 대해 설명하면서 "올해 신임 임원의 여성 비율은 약 7% 수준이고, 국적은 모두 한국"이라며 "이는 다양성 측면에서 우리가 더욱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SK㈜ 등 SK그룹 주요 관계사는 여성 사외이사를 다수 추천했다. 

SK㈜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현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 외국 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SK이노베이션은 김주연 전 P&G 한국·일본지역 부회장과 이복희 롬엔드하스전자재료씨엠피코리아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SK텔레콤은 오혜연 카이스트 AI(인공지능) 연구원장을, SK하이닉스는 김정원 전 한국 씨티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부행장을 내세웠다. 

SK네트웍스는 채수일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태평양 금융부문 총괄대표를 추천했다.

SKC의 사외이사 후보는 채은미 전 페덱스코리아 사장과 김정인 하이퍼라운지 대표가 추천됐다.

3월 주총이 끝나면 12개 상장사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도 확대된다. 올해 사외이사는 총 56명으로, 비중은 지난해 60%에서 63%로 높아진다. 반면 사내이사는 22명으로, 지난해 25%에서 22%로 줄어든다.

SK 관계자는 "이달 말 주총이 마무리되면 SK 주요 관계사 이사회는 전문성·다양성·독립성을 한층 강화하게 된다"며 "그만큼 이사회가 기업가치 창출을 실질적으로 선도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앞서 2021년부터 최태원 회장이 ESG 경영 화두로 제시한 '거버넌스 스토리'를 추진해왔다. 이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자는 것. 

최태원 회장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SK 관계사 각 이사회는 2021년부터 CEO 평가와 보상까지 도맡는 등 역할과 책임이 막중해졌다. SK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지원 ▲이사회 업무 포털 시스템 도입 ▲이사회 평가 플랫폼 구축 및 운영 ▲디렉터스 서밋(Director’s Summit) 개최 정례화 등 이사회 역량 강화 및 운영 지원 활동을 적극 펼쳐왔다.

SK 측은 "SK그룹은 앞으로도 이사회 중심 경영지원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각 관계사 이사회가 경영진 감시와 견제 기능을 넘어 기업가치 창출을 주도하는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되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