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브그룹, ‘기후 앞장’ 메탄 언더라이팅 기준 마련...국내 손보사는?
처브그룹, 메탄 언더라이팅 기준 마련 국내 손보사는 삼성 빼고 관련 정책 부재
처브그룹이 업계 최초 메탄 언더라이팅(보험인수) 기준을 마련했다. 온실가스 주범인 메탄 배출량을 줄이려는 조치다. 이와 달리 국내 손해보험사의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언더라이팅 및 투자 정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브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손해보험 기업으로 전 세계 54개국에서 재물, 특종, 개인 상해 등 생명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라이나생명과 에이스손보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처브그룹이 이달 메탄 관련 보험 인수 기준을 채택했다.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에 발맞춰 기후 악당이라고 불리는 메탄 배출 감소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많은 열에너지를 흡수해 지구온난화에 80배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처브는 고객사의 메탄 감소 계획과 실천에 따라 보장 범위와 인수 여부를 결정한다. 고객사는 메탄 절감 효과가 입증된 하나 이상의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처브그룹은 메탄 배출 감소 기술을 학습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사를 지원한다.
또 그룹은 고객사의 석유와 가스 추출 프로젝트 인수 기준을 밝혔다. 정부가 지정한 자연보호구역, 야생 지역을 포함한 국제자연보전연맹 관리 지역은 석유 및 가스 추출 프로젝트를 인수하지 않는다.
올해 말까지 세계 보호 지역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되지 않은 북극, 주요 생물다양성 지역, 맹그로브 숲 등에서의 프로젝트 기준을 추가로 개발할 예정이다.
처브그룹은 탈석탄 정책에도 앞장선 바 있다. 2019년 미국 보험사 중 최초로 석탄 관련 언더라이팅 및 투자 정책을 수립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및 운영, 석탄 채굴이 수익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기업의 언더라이팅을 중단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와 달리 국내 손보사의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언더라이팅 정책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전 세계 주요손보사와 재보험사 30곳을 대상으로 언더라이팅 및 투자 정책을 설문한 보고서에서 삼성화재를 제외한 국내 손보사 8곳의 언더라이팅 정책은 전무했다.
이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기후 위기 악화를 막기 위한 손해보험산업을 재조명할 목적으로 한국판 스코어드(Korea Scorecard) 2022를 지난 28일 발표했다.
국내 손보사는 석유,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언더라이팅 및 투자 정책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기도 했다. 보고서 설문에 응답한 9개 보험사의 평균 점수는 10점 만점에 언더라이팅 정책 1.5점, 투자 정책은 1.7점이다. 일리안츠, 악사 손보사 등이 포함된 글로벌 ‘톱10’ 은 각각 4.1점, 3.9점이다.
석탄 언더라이팅 정책도 미흡한 걸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DB손보를 시작으로 보험업계 탈석탄 금융 물결이 흘렀다. 이후 4년이 지났으나 석탄 언더라이팅 정책은 신규 석탄 보험으로 제한돼있고, 기존 보험에 대한 단계적 축소 계획을 밝힌 보험사는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측은 “각 보험사의 화석연료 정책은 ‘석탄’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석유 및 천연가스의 위험성은 관과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화석연료 자산에 대한 비중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해 언더라이팅·투자 대상 기업의 화석연료 관련 매출 비중, 설비, 생산량 등을 지표로 배제 또는 유의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는 “이번 보고서 발간을 기점으로 국내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인게이지먼트를 계획하고 있다”며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보험산업의 역할을 금융당국, 민간 금융기관과 함께 공유해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기후변화 리스크를 경감시키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체제 전환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