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그린딜] 프랑스의 전략 원전 ‘분홍 수소’는 무엇?

- 프랑스, 색상별 수소연료 분류법 유행 시도 - EU委 원전 찬반 세력 간 갈등 조정 시험대

2023-04-07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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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인 3월 말 EU가 개정 발표한 신재생 에너지 정책 규정안은 일단 프랑스의 단기적 승리라고 최근 자 유럽판 ‘폴리티코’ 지(誌)가 2023년 3월 30일 자 기사에서 논평했다. 

최근인 3월 23일, EU 집행위원회는 ‘제3차 신재생 에너지 지침(EU Renewable Energy Directive III, 축약 RED III)’과 관련해 원자력 에너지를 전략적 용도에 한정해 녹색 에너지원으로 승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EU委 탄소중립산업법 개정안은 EU 회원국 소속 에너지 장관들 및 EU 의회 회원들 간 두 양대 산업국인 독일(반핵파) 대 프랑스(친핵파)로 갈린 찬반 논란 및 협상 끝에 일단 프랑스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임시 절충안이라는 점에서 향후 프랑스에 정치적 희생으로 되돌아 올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여 분석했다.

EU위 측은 오는 2030년까지 EU 블록 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배출량 55% 감소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 청정 녹색 에너지 원 투자를 늘리는데 전략 원자력이 기여 해주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한 바 있다.

EU

EU 의회가 원자력을 청정 녹색 에너지원으로써 투자하기로 한 결정 뒤에는 프랑스가 이행해야 할 조건이 숨어있다. 즉, 이번 EU 탄소중립산업법에 핵을 녹색 에너지원으로 인정받다는 조건으로 프랑스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기존 목표치 32%에서 42.5%로 상향 조정된 차선 목표치를 달성해야 한다.

프랑스측, ‘핑크 수소’ 전략은 ‘원자력➡︎친환경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 선언

이번 EU 탄소중립산업법 개정안의 발표가 난 직후, 전통적 친(親) 원자력 국가인 프랑스는 우선 이 결정을 ‘에너지 부문 컨셉의 패러다임 전환’이라 일컬으며 환영했다.

프랑스는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국가인 만큼 녹색 신재생 에너지 투자율 및 전환율이 높은  전통적으로 열렬한 반핵(反核)국들 — 가령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독일, 이탈리아, 리투아니아 등 — 에 비해 신재생 에너지 부문 개발에 뒤처져있다. 

프랑스가 이번 EU 탄소중립산업법 개정안에 그토록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원으로 포함시키도록 협상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이유다. 

그리고 프랑스가 열렬하게 로비한 그 전략적 에너지 기술은 바로 ‘분홍 수소(pink hydrogen)’ 연료다.

분홍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프랑스 대통령은 2021년부터 핵 발전 전력 기반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전략 에너지 자원’으로 지정하고 프랑스를 H2 최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반 수소 연료 강국을 목표로 300억 유로(우리 돈 약 43조 원)를 전해조 시설 2곳 포함 초대형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수소 연료는 여러 방식으로 제조될 수 있는데, 특히 분홍 수소는 핵 발전소 원자력으로 발전된 전력으로 생산된 수소를 뜻한다. 

핵발전소가 배출하는 고온의 열을 활용하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제조할 수 있다(참고: 세계 원자력 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

가령, 수소 연료는 물(H2O)을 전기 분해과정을 거쳐 수소와 산소로 분리해 제조되는데,  핑크 수소 제조 시 열화학 싸이클 기술을 응용하면 탄소 배출량 감축, 신재생 연료 에너지 과도기 탈탄소 목표치 달성, 신재생 에너지 대비 저렴한 발전 비용 효과가 기대된다.

EU 핵 동맹 세력 커질수록 프랑스의 원자력 에너지 전략에 유리

상향된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치 달성을 위해 프랑스는 EU 회원국들 중 폴란드, 체코공화국, 불가리아 등을 포함한 중동부 유럽 8개 나라를 핵 동맹 지지국으로 포섭시켰다. 

문제는 이들 회원국들이 대체로 핵 발전 시설이 전무하거나 최근 핵 발전소 설립에 착수한 원자력 신생국들이어서 결국 프랑스와 스웨덴 등 전통적 핵 강국들이 핑크 수소 연료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런 머스크에서 폰 데어 라이엔 EU위 집행위원장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이르기까지 수소 연료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IEA는 EU의 2030/2050년 단계적 탄소 제로 정책 달성에 두 에너지원 — 수소원자력 — 을 에너지 이행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 기여할 대안적 연료로 꼽았다. 예컨대,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가 환경적 부적합성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 건설과 핑크 수소 생산∙수출에 관심을 보일 정도로 분홍 수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추세다.

색상별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수소 연료의 95%는 화석 연료를 이용한 증기 메탄 형성 ‘회색 수소’가 차지하고 탄소 배출량이 높다. 나머지 5%는 천연가스로 탄소 포집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청색 수소’, 신재생 에너지로 발전되는 ‘녹색 수소’가 차지한다.

프랑스의 분홍 수소 전략을 계기로 다채로운 색상으로 명명∙분류되며 에너지 원천과 공법에 따라 세분화와 기술 혁신을 거듭할 것인가? 

독일 대 프랑스, 반원전 대 친원전이라는 구시대식 논쟁 구도를 초월해 색상별 수소 연료 분류 체계라는 새로운 쟁점 프레이밍 효과로 원자력 에너지 정책을 고수해 나갈 의사를 다시 한 번 확고히 한 프랑스의 에저지 전략이 예의주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