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하던 KB증권, 요주의자산 왜 늘었나…"부동산PF 무관"

요주의이하자산 52% 증가 증시부진에 신용공여 담보부족↑ 부동산PF 부실 무풍지대

2023-04-12     김윤화 기자
KB증권.

잠잠하던 KB증권의 부실자산 규모가 고개를 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회사의 요주의이하자산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1663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증시부진에 신용공여 담보부족금이 늘어난 탓이다.

최근 논란이 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무관한 부분으로 반대매매, 증거금 납부 등의 장치를 고려할 때 미회수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회사의 요주의자산은 지난해 90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30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실자산으로 분류되는 고정, 회수의문 자산은 총 86억원으로 전년 대비 6배 늘었다.

문제는 부동산PF가 아닌 신용거래융자, 증권담보대출 등 신용공여금 계정에서 발생했다. 지난 2분기 6억원에 그치던 신용공여 담보부족금은 3분기 1671억원으로 급증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동기간 코스피가 8%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부진했던 탓이다.

다만 증시가 조금씩 회복세를 띠면서 4분기 902억원까지 내려갔다. 손실우려도 적은 편이다. 주식반대매매, 증거금 납부 등을 통해 손실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충당금 규모(1403억원)도 넉넉한 편이다. 부실채권 회수 등으로 전년 대비 567억원(28.7%) 하락했으나 요주의이하자산 대비 비중은 여전히 큰 편이다.

요주의이하자산에서 충당금을 제외한 금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은 작년 말 기준 0.5%다. 같은 기간 경쟁사 하나증권 4.6%, 신한투자증권 6.7%, 메리츠증권 6.8% 등과 비교해 우수한 수치다.

회사는 자산 건전성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리스크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점이 관건이다.

회사는 지난 한 해 부동산PF 비중을 늘렸다. 우발부채 규모는 4조1907억원으로 전년 대비 5100억원(13.8%) 늘어났다. 자기자본 대비 규모는 72.1%로 10대 증권사 중 4번째로 크다.

또 다른 리스크 요인은 비보장형 파생결합증권이다. 회사의 자체 헤지 비보장 파생결합증권 규모는 지난해 2조8914억원으로 전년 대비 6830억원(30.9%) 증가했다.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약 50%다.

자체헤지는 증권사가 직접 투자금을 운용하며 헤지 포지션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외국계 증권사에 헤지를 맡기는 백투백보다 운용 수익을 늘릴 수 있으나 기초지수가 급락해 손실이 확정되면 대규모 운용 손실을 떠안게 된다.

지난 2020년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ELS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한 적 있다. 헤지 목적으로 취한 선물매수 포지션이 손실을 보면서 추가 납입해야 하는 증거금이 증권사별 최대 1조원에 달하는 ‘마진콜 이슈’가 발생했다.

이러한 배경에 회사는 2020~2021년 두 해간 자체헤지 상품발행에 머뭇거렸으나 지난해 위탁매매 부문 등에서 부진을 겪으면서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ELS 발행량을 다시 늘렸다.

NICE신용평가 노재웅 실장은 “부동산PF, 기업대출, 대체투자 등에 대한 익스포져가 증가하고 있어 위험 익스포져 규모 관리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최근 증시 하락 압력이 지속되고 있어 자체헤지 비보장 파생결합증권의 양적 관리, 헤지 운용, 시황에 대한 대응력, 리스크관리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KB증권 관계자는 “요주의이하자산 규모 증가는 지난해 주가 하락으로 신용, 대출 담보부족이 발생한 것으로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규모가 변동될 수 있다”며 “(자체 헤지 비보장 파생결합증권 규모는) 올해 글로벌 지수 상승 흐름으로 조기 상환 가능성이 확대되어 잔고는 점진적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