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아의 유럽 이야기] 환경 운동도 미인계 시대

- ‘결혼해 주세요’ 강제 출국 몰린 환경운동가의 호소 - 눈 끌기 효과 있지만 실제 성과는 글쎄

2023-04-21     박진아 유럽 주재기자

환경 운동가 ‘클리마 샤키라’가 오스트리아 당국으로부터 강제 출국 당할 위기에 몰렸다.

올해 들어 연일 오스트리아의 타블로이드 신문과 틱톡의 화젯거리로 오르내리며 준(準) 유명인으로 급부상한  ‘클리마 샤키라(Klima-Shakira)’가 도대체 누굴까?

‘클리마 샤키라=환경시위자’라는 등식이 생겼을 만큼 그녀는 지금 환경운동단체 마지막 세대(Die Letzte Generation)에서 가장 유명한 회원 즉, 환경운동계의 연예인이다. 콜롬비아 출신 유명 대중 가수 샤키라와 닮았다고 해서 이곳 언론은 그녀를 클리마 샤키라(환경운동하는 샤키라)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클리마

클리마 샤키라는 본명이 안냐 빈들(Anja Windl)이라는 본래 독일 국적 여성이다. 신분 상 현재 오스트리아 남부 소재 클라겐푸르트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이지만, 강의실과 도서실 보다는 수도 빈 거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실상 풀타임 환경시위자 겸 미디어 유명인이다.

마지막 세대 오스트리아 지부 시위자들은 오는 5월 내내도 비엔나 시내 대로 교차로 길 막기와 접착제 바른 손을 도로 바닥에 붙이는 시위를 계속하기 위해 집회 신고를 접수해 놓은 상태라 한다.

그 같은 시위 방식은 교통 체증과 일반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야기해 민원 불만이 심해지자 오스트리아 정치계에서는 공공질서 파괴죄 명목으로 가담 시위자들을 징역형에 처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오스트리아 외교부 당국은 클리마 샤키라를 상대로 추방 명령장 발부 절차에 들어갔다.

전투 모드에 접어든 글로벌 환경 시위도 이제 미인계 계략을 도입한 것일까?

최근 그녀는 여러 TV 인터뷰에 출연해 추방을 피하고 환경 시위를 계속해 나갈 수 있도록 가급적 빨리 그녀와 결혼해 줄 남편을 찾는다며 공개 구혼을 선언했다. 그 결과 현재 남성 200여 명이 그녀에게 결혼을 제안해 온 것으로 오스트리아의 가십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다. 

그녀의 젊고 준수한 외모 때문일까? 결코 나쁘지 않은 공개 구혼 결과다.

작년 가을부터 유럽 여러 대 도시에서는 신세대 환경운동 단체 회원들이 유명 미술관에 침입해 미술 작품에 음식물이나 오물을 끼얻는 시위가 자주 발생했다.

그러나 미술관에 보관된 귀중한 문화유산을 볼모로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자극하겠다는 시위 방식이 대중적 공감을 얻는데 실패하자 올 초부터 유럽의 환경 시위자들은 번화가 대로 차단 시위로 전술을 전환했다.

러시아워에 전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편에 승차해 구호를 외치거나 자동차 교통량이 많은 교차로 차도를 막고 앉아 손바닥에 강력접착제를 바른 후 도로 위에 붙이고 시위 구호를 외치는 이른바 ‘환경 접착제(Klima-Kleber)’ 시위가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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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시위 방식은 오스트리아 빈 외에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도 실행되고 있고, 더 강력한 미디어의 주목과 대중적 충격을 자아내기 위해 버스 운전기사를 신체적으로 공격하는 일도 벌어질 만큼 사태가 과격해지기도 한다.

거리 시위로 인한 시위자·시민·경찰 간의 옥신각신은 바쁜 일상을 오가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성가신 소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시대인 지금, 클리마 샤키라가 등장하는 환경 시위 장면과 동영상은 뉴스거리를 찾는 언론사와 조횟수 늘리기가 중요한 소셜미디어에 콘텐츠를 제공해 준다.

특히 미인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나라의 흥망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만큼 목적한 바를 달성하는데 효과적인 고전적 계책이었다. 그리고 정보와 미디어로 세상을 움직이는 21세기 테크 시대인 지금에 와서 그 위력은 변함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