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배구조 TF’ 만들었으면 역할 비중 제대로 보장해야”...조기 정상화 요청에도 ‘요지부동’

-TF 멤버 주형환 前 장관, 5월까지 경영 정상화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문 -한영도 교수 “KT 이사회, TF 요청에도 변화 없어”...8월까지 그대로 진행 -“9월 국감, 내년 총선 시즌 되면 자연스레 관심 줄 것으로 계산하는 듯”

2023-04-26     고명훈 기자
KT

KT가 지배구조 개선 및 경영 정상화를 위해 ‘뉴 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 5인을 구성했지만, 실질적으로 TF의 역할 비중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특히, 최근 TF에서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장기간 끌 필요 없이 경영 정상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이사회 측에서는 기존 계획을 변화 없이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영도 K-Business 연구포럼 의장(상명대 상명대 경영경제대학 교수)은 <녹색경제신문>에 “KT가 주요 주주들의 추천을 받아 구성한 TF 명단을 보면 전체적으로 지배구조에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들로 이뤄져 있어 사실 구성 자체는 크게 흠잡을 것 없이 잘 돼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러나 여기에서 그분들의 실질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말로 TF가 대표 선임 절차에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중대한 역할을 맡아 하는 거라면 비판의 여지가 없겠지만, 새로운 제도를 만든 이후의 나머지 시험·면접 등 절차에서는 결국 ‘이너 서클(그룹 내부의 핵심적 권력집단)’을 중심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심사해서 선정할 것이라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한 의장은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TF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해당 조직의 운영 기간을 최소한으로 단축해 장기 경영 공백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KT 내외부 소식통에 따르면 5인의 TF 구성원 중 주형환 前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KT 이사회측에 “지배구조 제도가 이미 잘 마련돼 있는데 굳이 8월까지 끌고 갈 필요가 있냐, 5월말까지 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T측은 8월까지 현 직무대행체제를 운영한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영도 의장은 “현재 KT의 정관, 세부 규정을 제대로 살펴보면 그것만 잘 준수해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배구조 개선을 빌미로 5개월의 기간을 잡은 것”이라며, “더군다나 TF에서 조기 경영 정상화를 강력하게 주문했다면, 이사회와 직무대행은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여 기간을 단축하는 실질적인 노력을 진행해야 한다. 곧 회사측 입장이 나올 줄 알았는데 전혀 변화가 없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한영도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점을 지적하며 KT를 압박했던 국민연금공단도 이제는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대표 선임절차를 세 차례 갈아엎은 상황에서, 또 다시 압력을 넣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의장은 “국민연금은 사실 합법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은 상당히 꺼리는 상황”이라며, “최근 국민연금 운영본부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비공개 문서도 보냈었는데,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문서에 대한 답도 상당히 의례적인 답변만 내놓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는 “KT측은 이 상황을 교묘하게 잘 활용해서 기존 프레임과 일정대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시간이 지나면 정치권도 그렇고, 관심이 점점 줄게 될 것이다. 9월에는 국감, 내년 총선 시즌이 되면 시선이 다른 쪽으로 쏠리게 될 테니, KT는 그런 관심에서 벗어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갈 수 있다는 계산이 있는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한 의장은 ▲뉴 거버넌스 TF 운영기간 단축 ▲TF의 역할 확대 ▲ 임시주주총회 조기 개최 ▲국민연금의 KT를 대상으로 한 중점관리기업 여부 확인 및 조치 등 내용을 담은 문서를 작성하고 박종욱 現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비롯해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에게 각각 발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