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K-콘텐츠 3조 투자 소식에 국내 인터넷·OTT업계는 ‘울상’...왜?
-지적재산권 모두 가져가는 넷플 오리지널, 토종 OTT는 적자 지속, 독과점 문제 지적 -통신업계도 SKB 망사용료 분쟁 관련, 법안 통과 영향 줄지 우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4년간 한국 드라마·영화·리얼리티쇼 등 K콘텐츠에 약 3조 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이 같은 투자계획을 두고 콘텐츠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환영한다는 분위기이지만, 한편으로는 해외 OTT 의존도 심화에 대한 지적을 비롯해 국내 인터넷 산업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한국 미디어 산업이 글로벌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분명 호재는 맞다"라면서도, “그러나 한국 미디어 산업의 어려운 상황에서 넷플릭스를 제외한 투자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려되는 부분은 분명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 의존도가 커졌을 때 현재 어려움을 겪고있는 국내 OTT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 콘텐츠업계의 협상력이 낮아진다면 미디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투자는 이미 결정된 상수”라며, “지금 상황에서 우려될만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같은 우려는 넷플릭스가 콘텐츠의 IP(지적재산권)를 독점하는 구조에서 기인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우 넷플릭스가 제작비 전액을 지불하는 대신 모든 지적재산권을 넷플릭스가 가져가는 구조인데, 이렇게 되면 부가적인 수익 창출은 모두 넷플릭스의 몫이 되는 것이다.
콘텐츠 업계의 한 현직자는 “지금도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심한데, 향후 넷플릭스가 콘텐츠 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시장의존도가 심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적자상태를 이어가는 국내OTT업계에 비해 넷플릭스가 OTT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국내 OTT 플랫폼 티빙은 2021년 762억원에서 2022년 1191억원, 웨이브는 같은 기간 558억에서 1216억 원으로 영업손실 규모가 증가했다.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만이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OTT를 육성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웃을 수 없는 것은 통신업계도 마찬가지다.
국내 통신업계의 현직자는 “콘텐츠 투자는 콘텐츠 투자고 망 사용료 사안은 별개인데 이번 소식이 혹시라도 불리하게 작용할까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현재 넷플릭스는 국내 대표 ISP(인터넷망제공업자)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망 사용료를 두고 기나긴 법적 다툼을 이어가는 중이다. 국회에서는 국내 시장에 들어온 빅테크들의 무임승차를 금지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진전 없이 계류 중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