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은행에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 검토..."비이자수익 높인다"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방안 논의 금투협, 은행 투자일임업 허용 반대

2023-05-11     박금재 기자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은행의 이자이익에 의존한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투자일임업 진출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최대 1조7000억원을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등 벤처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투자자문업 활성화를 통해 비이자수익을 적극 늘려갈 계획을 세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이 비이자수익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규제 때문에 쉽지 않았다"면서 "금융당국이 여러 규제를 해소한다면 은행 역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 제8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개최해 이러한 내용의 은행권 비이자수익 비중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국내은행의 비자이이익 비중이 12.0% 수준으로 미국은행(30.1%)에 비해 낮은 수준이고 대부분이 수수료 이익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 은행들이 국민의 금융편의성 제고 등을 위해 각종 서비스 수수료를 무료 또는 원가 이하로 제공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방법으로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은행들은 투자일임업을 전면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투자일임업은 투자자로부터 투자 판단을 전부 또는 일부를 일임받아 투자 상품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사는 고객 자산운용에 대한 대가로 일정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으로 금융투자업권만 투자일임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은행들은 고객들이 원스톱 종합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받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를 전면 허용하거나 공모펀드 및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투자일임업에 한해 추가 허용해줄 것을 건의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투자일임업이 은행권에 허용되면 기관·고액자산가 또는 상품판매 중심의 투자일임 서비스를 벗어나 소액투자자·은퇴자·고령자 등을 포함한 모든 고객들이 본인의 니즈에 따른 맞춤형 투자일임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불어 판매수수료 중심에서 관리·운용 보수(fee) 중심의 사업모델로 전환돼 고객과 은행 모두에게 윈-윈이 가능해지고 경기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성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금융투자협회에서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먼저 증권업계의 핵심업무를 은행권의 안정적 수익 확보만을 이유로 허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시 중소 증권사의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고 증권업계의 다양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과거 방카슈랑스 등 겸영업무 허용 과정에서 겪었던 것처럼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특정 업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동일 기능·동일 리스크·동일 규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에 대한 투자일임업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관리·해소할지 여부를 우선 검토하고, 국민들에게 어떤 금융편익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에 대한 투자일임 허용에 따른 리스크가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기존 증권업계의 투자일임과 차별화된 서비스가 가능한지에 대해 추가적으로 검토해줄 것을 은행권에 요청하면서 향후 TF 등을 통해 재차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투자 확대, 신탁업 혁신, 투자자문업 활성화 등을 통해 비이자수익을 적극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은행들은 투자자문업 범위 확대로 자문형 랩어카운트 등 다양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해나가겠다고 했다. 향후 신탁업 혁신방안이 법령 개정이 완료되면 가업승계신탁, 후견신탁 등 새로운 신탁서비스의 활성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24일 제9차 실무작업반에서는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가계부채 질적 구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