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줄어든 채권금리…증권가, 2분기 운용손익 거품 꺼지나
1분기 증권가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손익 영향 2분기 하락세 주춤…"기여도 내려갈 것"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증권사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지난 4분기 부진을 딛고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뒀다. 연초 이래 금리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대규모 채권평가손익이 발생한 영향이 크다.
문제는 2분기다. 최근 채권금리 하락세가 주춤하면서 이같은 기저효과를 또다시 기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G증권발 주가조작 사태로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부문이 금리인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점도 실적 정체를 점치는 요인이다.
지난 1분기 삼성증권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했다. 각각 전년 대비 49.9%, 57.8% 증가한 3225억원, 2374억원이다. 호실적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운용손익 및 금융수지 부문이 꼽힌다.
회사의 운용손익 및 금융수지 수익은 1분기 340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72.7%, 전년 대비 97.9% 증가했다. 전체 순영업이익 대비 차지하는 비중은 59%로 동기간 브로커리지 수익비중 21.7%를 두 배 넘게 웃돈다.
다른 증권사들도 마찬가지다. 금융지주 계열사 KB, 신한투자, 하나증권은 지난 4분기 각 1062억, 1651억, 1977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다. 상품운용 부문에서 전분기 대비 적자폭을 10배가량 키운 탓이다.
다만 이들 증권사는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 5275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한 수치다. 상품운용손익이 전년 대비 각각 흑자 전환(+2401억원), 118.9%, 40% 늘어난 여파다.
지난 4분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널뛰던 금리는 1분기 들어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약 1년 반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자금집행이 재개되는 '연초 효과' 덕을 본 배경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회사채 무보증 3년물(AA-) 금리는 지난 1분기(1.2~3.31) 동안 118bp(1bp=0.01%p) 하락했다. 91일물 CP(기업어음) 금리는 동기간 121bp 내렸다. 그 결과 증권사들의 운용손익도 긴 잠에서 깨어났다.
문제는 2분기 들어 이러한 금리하락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적인 기저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지점이다. 지난 1달간(4.2~5.12)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0bp 내렸다. CP금리는 3.97%로 변동없이 그대로다.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증시 회복이 기대되나 이마저도 최근 SG(소시에테제네럴)사태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특히 이번 사태와 연관성이 깊은 증권사의 경우 평판훼손, 고객이탈 등에 따른 실적 충격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NICE신용평가 이규희 책임연구원은 “금번 사태가 관련 증권사 신뢰도에 영향을 미쳐 고객기반 훼손으로 이어지면 중장기적 실적 저하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리테일 사업비중이 높을수록 고객기반은 경쟁지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므로 향후 고객 이탈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 15일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삼성증권의 예상 영업이익은 2032억원으로 1분기 대비 40.5%(1384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같은 기간 채권평가손익 기저효과가 적었던 미래에셋증권은 10.7% 내린 2513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금리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2분기 트레이딩 부문의 실적 기여도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다만 주식거래대금이 증가하는 등 업황 전반이 돌아선 만큼 전년과 비교해 양호한 실적을 쌓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