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중간점검②] SKT·KT, ‘AI 생태계’ 직접 리딩...LGU+는 ‘엑사원’ 시너지 모색

-“AI산업, 단독 아닌 생태계 조성이 필수” -SKT, AI 얼라이언스 구축하고 KT는 AI원팀·풀스택으로 생태계 강화

2023-05-26     고명훈 기자

SKT·KT·LGU+ 이통3사가 한국의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 일원으로서 참여했던 수준에서, 이제는 직접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 AI 분야의 기술이 높게 평가되는 가운데, 통신업계에서 주도하는 AI 생태계를 향해 관심이 뜨겁다.

국내 대표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그간 통신사들이 기존의 AI를 활용해 서비스를 만드는 데 그쳤다면, 지금은 더욱 고도화·특화된 서비스를 위해서 직접 AI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AI와 같은 첨단 기술은 기업 하나의 역량만으로 되는 것이기 아니기에 이를 위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각 분야에서 AI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과 협력하는 구도가 중요한 전략으로 지목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2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가 국내 AI 기업과 함께하는 파트너 생태계를 각각 주도해 합종연횡 전략을 펼치는 한편, LG유플러스는 지주사 LG의 AI 연구원이 만든 초거대 AI 모델을 기반으로 서비스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 초 MWC 국제무대에서 자사가 주도하는 ‘K-AI 얼라이언스’를 발표하며 AI컴퍼니 비전 수립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SKT에서 독립해서 나온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과 SK하이닉스가 하드웨어 영역을 지원하고, 팬텀AI 및 코난테크놀로지와는 각각 자율주행, 딥러닝 모델 등에서 협업을 이어간다. 이밖에도 광고 솔루션 테크기업 ‘몰로코’, 업무용 솔루션 기업 ‘스윗’ 등과 협업을 통해 AI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자체 AI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서비스 ‘에이닷(A.)’의 고도화를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지난 2020년 대화형 AI 버추얼 챗봇 ‘이루다’로 한때 큰 이목을 끌었던 스타트업 ‘스캐터랩’에 15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강조한 에이닷의 ‘감성 대화’ 기능을 위해 기술적 역량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스캐터랩이 당사가 주도하는 K-AI 얼라이언스에 합류하기로 했다”라며, “스캐터랩은 사람처럼 친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이루다’, ‘강다온’ 등 AI 에이전트를 보유한 곳으로, 수년간 AI 감성 대화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기획과 개발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됐다. 이 같은 감성 대화 기술을 적용해 에이닷을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AI 서비스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T는 여기서 더 나아가 K-AI 얼라이언스를 글로벌 생태계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사만의 대규모 언어모델(LLM) 개발을 가속하기 위해 빅테크와의 협력도 함께 가져가는 투트랙 전략을 단행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새로운 AI 기술과 챗GPT 등 새로운 LLM이 속속 나오고 있어 빅테크와 된 협력도 잘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SK텔레콤은 투트랙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라며, “이미 보유한 초거대 AI 모델을 고도화하기 위해 기술 투자를 통해 전 세계적인 기술 흐름에 동참하면서, 협업을 통해 외부 가능성을 탐색하는 등 효율적으로 AI 기술력을 축적하고 고객이 가장 선호할 만한 AI 기반 서비스 비즈니스모델(BM)을 확장하겠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월 MWC에서 다양한 해외 통신사에게 AI 서비스 공동 구축 얼라이언스를 제안했고,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내용을 알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KT는 현재까지 AI를 토대로 실제 매출 성장까지 가장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곳으로 꼽힌다.

올 1분기 디지코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AI/New Biz 부문의 매출액은 1120억원가량으로, 전분기 대비 25.7%,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 회사측은 이밖에도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던 것 역시 AI·클라우드 분야의 성장이 가장 큰 요소였다고 분석했다.

KT는 AI 반도체 전문기업 ‘리벨리온’과 소프트웨어 기업 ‘모레’ 등으로 구성된 AI 풀스택을 구축한 데 이어, 앞서 각 산·학·연의 역량을 모아 결성한 ‘AI 원팀’을 통해 국내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AI 사업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재양성까지 공동 추진해 국내 AI 발전의 선순환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KT에서 마련한 개방형 AI 연구개발 포털 ‘지니랩스’도 이러한 정책의 일환이다. KT 융합기술원의 초거대 AI ‘믿음’을 포함해 누구나 AI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개발할 수 있도록 툴을 오픈해 둔 것이다. 작년에는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AI 스타트업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KT 관계자는 “AI 원팀의 주된 미션은 AI 인재양성과 생태계 조성, DX(디지털 전환)의 완성을 위한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AI 성장의 장이 유기적으로 선순환되며 더욱 확장되도록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직접 나서 AI 생태계를 리딩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주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등 그룹사와의 시너지를 통해 AI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LG AI 연구원의 초거대 AI ‘엑사원’을 자사의 IPTV 등 미디어·콘텐츠 사업 영역에 활용하는 점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AI를 통한 실시간 방송·VOD·OTT 통합 추천 및 검색 기능을 선보였으며 AI로 스포츠 경기 결과와 스코어 등을 예측하는 스포츠 커뮤니티 플랫폼 ‘스포키(SPORKI)’는 최근 출시 7개월만에 누적 이용자 1500만명을 돌파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엑사원과 협업을 통해 콘텐츠 서비스 영역에서의 한 단계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라며, “엑사원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탁월한 기량은 이 분야에서 특히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