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정의선 이어 집세 BMW·머스크 테슬라 CEO 만남 '성과'···"이건희 자동차 꿈, 전장서 꽃피워"
- 삼성전자, 현대차에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공급 ...이재용-정의선, 2020년 단독 회동 이후 3년 만에 성과로 이어져 - 이재용, 2017년 사상 최고 9조원 투입 '하만' 인수로 전장 사업 본격화 - 이재용, 회장 취임 후 지난해 12월 BMW 회장 만나 전장사업 협력 ...지난 5월,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나 전장용 시스템반도체 협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이어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등 글로벌 자동차업계 경영자들과 만나면서 전장(자동차전자장치) 사업에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지난 2020년 5월 첫 단독 회동을 가진 이후 3년 만에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 관계로 발전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선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자동차 사업 꿈이 이재용 회장의 전장 사업으로 꽃을 피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대차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용 프로세서인 '엑시노스 오토(Exynos Auto) V920'을 공급한다.
양사가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협력에 나선 것은 처음이며 2025년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오토' 시리즈를 폭스바겐, 아우디 등에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재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인포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다질 수 있게 됐다"며 "운전자에게 최적의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최첨단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공급을 위해 전 세계 다양한 고객 및 파트너사와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협력은 이재용 회장의 전장사업 '집념'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재계 1위 이재용 회장과 3위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첫 단독 회동을 기점으로 수 차례 만남을 지속하며 미래차 사업 분야 협력을 논의했다.
당초 선대회장 시절에 삼성과 현대차는 수직계열화 시기였기 때문에 현대의 반도체산업,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 등으로 경쟁 관계였다.
이런 관계로 인해 하만으로부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카오디오를 공급 받았던 현대차는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을 인수하자 협력사를 LG전자, 보스(BOSE) 등으로 교체할 정도였다.
이재용, 전장사업 진두지휘...하만 M&A 이어 삼성 계열사 전장 밸류 체인 구축
그런데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각각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협력 관계로 반전됐다.
지난 2021년 현대차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에 삼성디스플레이의 디지털 사이드미러용 OLED 공급한 것이 협력의 시발점이 됐다. 최근에는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에도 OLED 제품이 공급된다. 운전석 계기판과 센터페시아(운전과 조수석 사이 조작부)까지 포함된다.
삼성과 협력은 정의선 회장에게도 긍정적이다. 정의선 회장은 2030년까지 전기차 364만대를 생산해 '글로벌 톱3' 업체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기 때문. 글로벌 주요 완성차들이 전기차에 올인하면서 규모의 경제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현대차 입장에선 협력 파트너를 보강해야 했다.
양사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가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이어 삼성SDI로 배터리 협력사를 확대한다면 공급처 다변화, 시장지배력 등에서 경쟁사보다 우위에 선다.
이재용 회장은 미래 먹거리로 전장사업을 선정하고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은 전장 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보고 '하만' 인수를 단행했다. 통해 시장에 첫 진입했다. 그는 부회장 시절인 2016년 9월 등기이사에 오른 뒤 단행한 첫 번째 대규모 M&A(인수합병)으로 하만을 인수했다. 2017년 당시 사상 최고 M&A 규모인 9조4000억 원을 투입해 하만을 인수한 것.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등에 따르면 글로벌 전장 시장은 2024년 4천억 달러(약 527조원)에서 2028년 7천억 달러(약 923조원) 규모가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1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직접 찾아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 시장 선점에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또 지난 3월엔 중국 텐진 삼성전기 MLCC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삼성은 부산을 MLCC용 핵심 소재 연구개발 및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텐진은 전장용 MLCC 주력 생산 거점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은 최근에는 완성차 CEO들과 잇달아 만나며 직접 세일즈에도 나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취임 이후 지난해 12월,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과 면담했다. 지난해 6월 독일 BMW 본사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는데 6개월만에 다시 한국에서 만난 것이다.
삼성SDI의 배터리가 들어 있는 BMW의 최고급 전기차 'i7' 국내 출시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모빌리티(이동수단) 사업 강화를 추진하는 이재용 회장의 전략에 BMW가 힘을 보태는 협력 강화의 현장이었다는 관측이다.
이재용 회장은 삼성SDI 'P5' 배터리셀을 넣은 i7을 살펴보며 "BMW와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집세 회장은 "전동화 과정에서 삼성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전기차 배터리 수급을 비롯, 반도체,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다양한 모빌리티 사업에서 어떻게 협력할지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5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찾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회동했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 반도체 공동 개발을 비롯해 차세대 IT 기술 개발을 위한 교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삼성의 전장용 시스템반도체 영토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기는 지난 2021년 약 4900억 원 규모의 테슬라 전기트럭용 카메라 모듈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엔 수조 원대 계약에도 성공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미 1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삼성전기는 조회공시에서 "협의 중"이라고 한다. 다음 조회공시 답변 기한이 8월 28일까지 이다. 따라서 이재용 회장이 머스크를 만난 이후인 만큼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재용 회장은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모빌리티 밸류 체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전장업체 '하만' 비롯 삼성SDI(배터리), 삼성전자(차량용 반도체), 삼성전기(카메라모듈), 삼성디스플레이(차량화면) 등 계열사가 모두 참여 중이다. 삼성은 차량 몸체를 뺀 거의 대부분 부품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최근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를 만드는 인피니언, NXP 인수설도 삼성의 전장 사업 강화와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라는 점에서 선대회장 시절과는 다르다"면서 "앞으로 양사가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윈-윈'하는 방향에서 협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