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우 칼럼] 30년 전 금성사 신입사원 사령장 '깜놀'...현재 LG전자 비전·철학·월급에 대한 단상

2023-07-10     박근우 기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금성사(현 LG전자)의 1980년대 광고 슬로건으로 요즘도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단순 제품 광고가 아닌 고차원의 철학이 느껴진다. 필자도 그 때 금성사 선택을 했으니 인연인 셈이다.  

필자가 최근 집안 정리를 하다가 금성사 사령장(辭令狀)과 럭키금성(현재 LG) 연수원 인화원 수료증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런 시절이 있었다니..." 하면서. 필자가 1993년 대졸 신입사원 공채로 첫 직장인 금성사에 입사한 바 있다. 딱 30년이 흘렀다. 

신입사원은 금성사 연수와 럭키금성 인화원 연수가 필수였다. 사령장은 혹독한(?) 신입사원 교육을 끝마치고 홍보실로 배치 임명한다는 것. 

당시 사령장과 수료증을 보면서 현재와 비교해 몇 가지 생각이 스쳤다. 

우선 사령장에 적힌 이헌조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금성사가 1993년 당시 로컬(국내) 기업에서 현재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이다. 공교롭게도, 이헌조 부회장은 서울대 철학과 출신이었다. 그는 그 당시 벌써 멀티미디어를 넘어선 '하이미디어(HiMedia)' 철학을 주창했다. 멀티미디어란 단어도 생소한 시절이었다. 미래 디지털 세상을 꿈꿨던 것. 

이헌조 부회장의 하이미디어는 현재의 PC방, 스마트폰, 벽걸이TV,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미래를 모두 그려내고 있었다. 이미 대기업 중 처음으로 LG소프트, LSR(Life Soft Research)연구소, '하이크리에이터(HiCreater)' 기업문화 등을 운영할 정도였다. '하이미디어' 철학으로 3DO게임기, 핸드헬드PC(일명 '손바닥PC') 등이 대중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헌조 부회장의 선택은 한 발 빨랐다. 반 발 빨랐어야 하기에. 방향은 옳았지만 너무 빠른 기술이었기에 대중 보편화에 실패했다. 3DO방(현재의 PC방 형식)의 경우는 게임의 폐쇄성이 문제였지만. 금성사는 1995년 LG전자로 바뀌고 글로벌화에 나섰다. 당시 구자홍 사장은 이헌조 부회장의 꿈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적 기반 다지기에 나섰던 것. '디지털 LG'가 슬로건이었다. 

그렇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 LG전자는 고난과 역경을 거치면서 이헌조 부회장의 꿈(비전)을 실현했다.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이 구본무 선대회장의 뜻을 이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되돌아볼 혜안이 아닌가 싶다. 구씨 가문은 대를 이어 겸손한 성품이다. 구광모 회장은 스스로를 '대표'로 불러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글에선 구광모 대표로 쓴다. 

두번째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 경영이념이다. 필자의 사령장 왼쪽에는 신입사원 연수 단체사진과 함께 경영이념과 인재상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럭키금성 시절이나 지금 LG의 모습을 보면 경영이념의 틀은 계속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광모 대표가 '고객 가치'를 매번 강조하는 모습에서 구자경-구본무 선대회장이 스친다. 'LG 의인상' 등은 대중에게 인식되는 LG의 '인간존중의 경영' 일환이 아닐까. 

마지막으로 금성사 월급이다. 필자의 사령장에는 당시 금성사 대졸 신입사원 초임 기본급이 52만7000원이었다. 현재 병장 월급 보다 적었으니 격세지감이다. 수당까지 합쳐도 60만원 남짓이다. 그런데 금성사 월급이 당시 대기업 평균 보다는 많았다. 

그렇다면 현재 LG전자 신입사원 연봉은 5100만원에 이른다. 구광모 대표 체제에서 연봉 상승이 이뤄져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주요 대기업에 견줄 수 있는 수준에 이른 것이라고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임금포괄제로 별도 수당이 없으며 임금을 연봉으로 월별 나누어 지급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신입사원은 월급으로 425만원을 받는 셈이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LG전자 신입사원은 월급이 7~8배 정도 올랐다. 연봉도 보너스 등에 따라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기에 월급은 더 많을 수도 적어질 수도 있긴 하다. 

다만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각자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필자에겐 감회가 새롭다. 로컬기업이던 금성사가 이제는 글로벌 LG전자가 됐고 연봉도 세계적 수준에 이르게 됐으니 말이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늘 '순간의 선택'에 직면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인생을 좌우한다. 필자가 홍보실에서 근무하면서 언론사 '직장인 명예기자' 등을 거쳐 실제 기자가 된 것도 그 선택의 결과가 됐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 청춘들에게 30년 후를 그려보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주문일까. 또 구광모 대표가 그리는 미래의 LG 꿈은 30년 후 어떻게 나타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