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급 9860원 결정에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격앙된 반응'...경총 등 재계 "불가피한 선택"

- 최저임금위, 19일 2.5% 인상한 9860원(사용자안) 결정 -경총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용자위원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 -재계,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등 근본적 제도 개선 촉구

2023-07-20     박근우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2.5% 오른 시급 9860원(사용자안)으로 결정되자 재계는 경영환경 악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 등을 감안하면 최소 동결을 했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최저임금에 가장 민감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안타깝다'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논평의 수위조절에 나선 분위기다.

특히 재계는 가까스로 시급 1만원 돌파를 저지했지만, 2025년도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업종별·지역별 차등적용 등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촉구했다.

19일 최저임금위원회에 사용자 위원으로 참여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는 "아쉽지만 사용자 측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기중앙회 "중소기업계가 절실히 원했던 동결수준을 이루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결과"

경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사용자위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바람을 담아 최초안으로 동결을 제시했으나, 이를 최종적으로 관철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용자위원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우리 최저임금이 또다시 고율 인상될 경우 초래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중기중앙회도 입장문을 통해 "중소기업계가 절실히 원했던 동결수준을 이루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경영상황에 대한 호소가 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용자위원들이 '2.5% 인상안'을 제시한 것은 급격히 인상되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인 최저임금이 다시금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벼랑 끝으로 내몰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공회소(대한상의)를 비롯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한국무역협회(무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도 각각 입장을 나타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 인상하기로 한 것은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판단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이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올해 우리경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부진 등의 여파로 1% 초중반의 저성장이 예상된다"면서 "기업들과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내수침체에 따른 판매부진과 재고누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저임금 추가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경영 애로가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층,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부연했다.

무협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고용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우리 수출기업의 75%가 2024년 최저임금의 동결 또는 인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수출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인상 결정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규채용 축소, 해외투자 확대, 자동화 추진 등으로 고용규모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국부 창출의 주역인 기업의 활력을 잠식함으로써 경제 회복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안타깝다"고 입장을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며 "최저임금위는 지난 7년 동안 최저임금을 무려 52.4% 올리는 '과속 인상'을 벌여왔다"며 "무절제한 과속 인상의 결과는 '고용 축소'로 이어졌고 내년엔 더욱 심화될 공산이 커졌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전경련 "생산성과 사업주의 지불능력 등 고려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 현실 반영한 제도개선 필요"

한편, 재계 경제단체들은 '최저임금 결정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매번 최저임금 결정이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고 노사간 힘겨루기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현재의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을 위해 생산성과 사업주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등 현실을 반영한 제도개선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향후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시행될 수 있는 토대 마련과 함께, 그간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해 온 현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의 제도개선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도 “향후에는 업종별 구분 적용 시행과 결정기준에 기업의 지불능력을 반영하는 제도 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무협은 "임금결정 과정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지역별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하는 등 제도 전반의 개선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