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VR 게임'으로 발 넓힌다... 불모지 개척할 수 있을까
'크로스 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VR 전용 게임으로 출시 스토브 인디 VR 게임 입점...VR 퍼블리싱 확대 움직임 VR 게임 시장 좁은 입지 걸림돌..기기 대중화 선행 필요
스마일게이트가 VR 게임 시작 개척을 위해 팔을 걷어 붙히는 모양새다. 아직 게이머들 사이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VR 게임 시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시에라스쿼드’의 출시일이 오는 8월 29일로 확정됐다.
해당 게임은 VR 전용 게임이다. 플레이스테이션 VR2와 스팀 VR 플랫폼을 통해 발매될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는 플레이스테이션 VR2의 4K HDR 고해상도 그래픽, 헤드셋 진동, 아이 트래킹 등의 기술을 게임 내 적극 활용해 이용자의 몰입감을 끌어 올렸다고 밝혔다. 게임 내적으로도 39종의 무기, 17종의 적군등을 구현해 깊은 게임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크로스 파이어: 시에라 스쿼드’는 스마일게이트의 3번째 VR 게임이다. 해당 회사는 일전에 ‘포커스 온유’, ‘로건’ 제작을 통해 VR 게임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바 있다.
VR 게임의 퍼블리셔로서의 영향력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스토브 VR’ 플랫폼을 운영중에 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아케이드 게임장, 놀이공원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 VR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지난 26일에는 자사의 인디 게임 플랫폼 ‘스토브 인디’에 11종의 VR 게임을 론칭했다.
한편 아직 VR 기기가 대중적인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현 상황에서는, 스마일게이트가 VR 게임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당장은 굳건한 수익 모델을 보장해 주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VR 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은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교육, 의료, 산업 등 다양한 업계와의 연동 가능성이 성장 동력으로 평가 받는다. 다양한 기관에서 VR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영국 데이터 분석 기업 ‘글로벌데이터’는 해당 시장이 연평균 25.1%씩 성장해 2030년 무렵 한화로 약 66조7000억원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시장 조사 업체 IDC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IDC는 2023년부터 2027년까지, VR/AR 시장의 복합 연간 성장률이 32.6%에 이를 것으로 점쳤다.
다만 게임 개발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기기의 ‘대중화’라는 지적이다. VR 업계의 성장과 별개로, 해당 기기가 대중화에 실패하면 게임사에게 있어 VR 기술이 유명무실해진다. 수요층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이머들 입장에서, ‘킬러 타이틀’의 부재 또한 VR 기기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PC VR의 경우, 밸브 ‘하프라이프: 알릭스’ 이후 대중과 평단을 모두 사로잡는 게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진영도 마찬가지다. 게릴라 게임즈 ‘호라이즌 제로 던: 콜 오브 더 마운틴’, 캡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폴리포니 디지털 ‘그란투리스모7’ 과 같이 작품성을 인정받은 게임들이 준비돼 있지만, 그 절대적인 수가 부족하다.
여기에 더해 높게 책정된 가격으로 인해 게이머들이 선뜻 지갑을 열 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PS VR2의 경우 79만8000원, 퀘스트 프로의 경우 219만원의 출고가를 형성했다.
또한 간접체험이 불가능한 VR 게임의 특성이 신규 VR 유저 유입을 가로막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반적인 경우에, 유저들은 특정 게임을 구매하기 전 플레이 영상이나 트레일러, 체험판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 게임의 재미 여부를 판단한다. 그 이후, 특정 게임이 자기에게 충분한 재미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기대 하에 게임을 구매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지만 VR 게임의 경우, 유저들이 게임에 대한 사전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VR 게임의 핵심은 ‘생생한 체험’에 있지만 영상만으로는 VR 게임이 가져다 줄 감흥에 대한 합리적 기대를 구축하기에는 무리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려 게임과 관련한 VR 기기의 부진한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이번 스마일게이트가 ‘크로스파이어: 시에라스쿼드’의 주력 플랫폼으로 내세운 PS VR2의 경우, 예상에 비해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니 측은 PS VR2의 판매 목표치로 1분기 100만대를 설정했다. 이에 비해 올해 4월 기준, PS VR2의 판매량은 30만~35만대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메타의 최신 VR 기기인 ‘퀘스트 프로’도 시원찮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판매량 저조로 인해 출시 4개월 만에 해당 기기의 가격이 30% 가까이 인하된 바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스마일게이트의 VR 사업이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게임사 중 스마일게이트가 해당 시장 개척에 있어 가장 앞장서 있기 때문이다. 차후 VR 기기의 보급률이 더 높아진다면, 지금의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VR 게임업계 관계자는 "잇따른 빅테크 기업의 XR 시장 진입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2023년 부터는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가 재편, 저변 확산을 위한 콘텐츠 분야에 막대한 수요와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연내 출하될 것으로 파악되는 메타의 '퀘스트3'가 VR 보급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기기로 VR 보급이 대중화 된다면 스마일게이트의 행보가 회사의 지평을 넓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