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신용 위험 커지는데...KB·신한 등 시중은행은 가산금리 인하에 '난색'
5월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작년 대비 2배 증가 잔액은 315조원 역대 최대 정부, 햇살론 가산금리 인하 시중은행 인하동참은 언제
자영업자의 신용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다. 지난 상반기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금리인상 등에 연체율은 작년 대비 두 배 늘어났고 대출 금리는 꺾이지 않고 있고 있다.
정부에서는 햇살론 금리를 인하하는 등 대비책을 내놨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은행권의 가산금리 체계를 손봐 자영업자의 부담을 경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발 금리인상 등 외부요인에 따라 하반기 연체율이 추가 상승할 수 있다"면서 "안정적으로 연체율이 관리될 수 있도록 당국이 세심하게 들여볼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 빌린 대출금이 연일 쌓이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약 315조3676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했다. 작년 동기에 비해 약 4조5861억원 늘어났다.
대출이 연체돼 허덕이는 자영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7일 금감원은 5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0.45%에 달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비해 0.25%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작년에 비해 연체율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자영업자의 신용은 위험 단계에 다다른 상태다. 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3분기 대출 보증 이용 자영업자의 '신용위험지수'는 51을 기록했다. 2분기 42.2보다 8.8p 오른 수치이며, 2020년 4분기 이후 33개월 만에 최고치다.
해당 지수는 0에서 100으로 높아질 수록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영업자의 대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 금리는 도리어 상승했다. 3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보증서담보대출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5.046%다. 한 달 전 4.964%에 비해 0.082%p 증가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13일 중소벤처기업부는 햇살론 보증부 대출을 저신용, 저소득 자영업자에 한해 가산금리를 2.5%로 일괄 조정했다. 기존에는 4.77~5.94%로 유지됐는데 최대 3.44%p 낮춘 것이다. 보증비율도 95%에서 100%로 인상했으며, 보증료율을 1%에서 0.8%로 인하했다.
햇살론 특례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개인 신용평점 744점 이하거나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가산금리 체계를 손봐 자영업자의 대출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올초 장혜영 의원 등 4명은 각각 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여기에는 가산금리 선정 기준 공개 등 혁신안을 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 3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산금리 조정 폭의 적정성을 집중 점검하기로 하기도 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가산금리 체계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책정 기준을 완전 공개하는 것은 각 은행의 차별화된 영업 비밀을 획일화하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대출금리 인하 등 취약차주에 대한 금융지원을 통해 자영업자의 대출부담을 더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