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대출 폭탄 터질까..."대출잔액·금리 동반 상승 퍼펙트 스톰"
가계대출 잔액기준 사상 최고치 기록 주담대 증가폭도 가팔라 5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역시 오르고 있어 "선제적인 금리 인하 통해 차주 부담 줄여야"
하반기 가정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가계 대출 잔액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동시에 금리마저 오르고 있다. 가계 대출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주담대가 부채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반기 주춤하던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 고금리임에도 부동산 자금이 꾸준히 은행권으로 유입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대출 잔액이 연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약 1068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 따지면 사상 최고치다.
잔액이 증가하는 속도마저 가파르다. 7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 4천억원 증가) 이후 1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와 같은 가파른 증가세를 이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약 821조를 기록했는데 이는 전달에 비해 6조원 오른 수치다. 지난 3월부터 5개월 연속 대출 잔액이 늘어났다.
주담대가 앞으로도 계속 대출 잔액의 증가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수도권 중심 아파트 매매거래 증가로 가계대출이 큰 폭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아파트 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주택자금 수요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출이 느는 동시에 금리마저 상승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4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4.08~6.937%로 나타났다. 상단부가 다시 한번 7%에 근접하면서 차주의 부담이 늘고 있다.
주담대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변동금리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고정금리의 준거금리인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의 금리가 모두 올랐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지난 7월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는 3.70%를 기록해 2개월 전에 비해 0.14%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채 5년물 금리도 상승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4일 기준 은행채 5년물 금리는 4.353%였다. 일주일 전인 7월 27일(4.164%)과 비교해 0.19%p 올랐다.
미국 채권금리마저 상승하면서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대를 넘어섰다. 지난 3일에는 장중 4.18%까지 오르면서 14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던 지난해 10월의 4.24%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리와 대출잔액이 동반 상승하고 있어 하반기에 차주들의 대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넉달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며 "필요시 하반기에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은행권의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에서는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선제적으로 대출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경제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금리 인하 등 여러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