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취임 3년, 파괴적 게임체인저 '퍼스트 무버' 현대차그룹 변신..."로보틱스·미래항공 최전선"
- 정의선 취임 후 전기차 '퍼스트 무버' 추진...미국 시장 급신장 - 이무원 교수 "정의선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창조적 파괴자" - 자동차 업계 '글로벌 톱3' 진입...'제네시스' 고급브랜드 안착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취임 3주년을 맞이하는 가운데 미래 모빌리티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는 물론 미래 모빌리티에 이르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비전을 전개 중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SDV)로 대변되는 전기차는 물론 로봇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트렌드는 정의선 회장에 대해 "기업 최고경영자(CEO) 이상의 면모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이무원 교수는 정의선 회장의 '파괴적 게임 체인저' 비전과 혁신을 심층 분석한 사례 연구(Case study)에서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 자동차 시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미래 모빌리티 '퍼스트 무버'로 자리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무원 교수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및 지속가능대학 윌리엄 바넷 석좌교수, 명지대 경영학과 김재구 교수와 함께 연구를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케이스센터에 공식 등재됐다.
이무원 교수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아래 현대차그룹은 창조적 파괴자로서 기회를 새롭게 정의하고 인류에 더 큰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며 모빌리티 시장의 최전선에 섰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하면서 SDV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유상증자를 단행, 1조707억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로보틱스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위해 사재 249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로봇 기술 초격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AAM 분야에서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사장을 영입하고 미국 A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설립했다. 2028년 미국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서비스 시작이 목표다. 2030년 이후 지역간 항공모빌리티(RAM) 기체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 취임 당시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며 퍼스트 무버 전략에 나선 바 있다.
◇ 미국 진출 37년만에 판매량 4위 청신호…영업이익 7배 증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9월 현대차·기아는 미국서 신차 14만2869대(제네시스 포함)를 판매했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보다 18.4% 증가한 것으로 9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또한 14개월 연속 판매 증가세를 이어갔다.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이 계속되면서 올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지난해 147만대 기록을 가뿐히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여파 등으로 스텔란티스의 생산 차질이 예상돼 현대차·기아는 올해 미국 4위 업체에 오를 전망이다. 미국 진출 37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2021년 일본의 혼다를 제치고 미국 5위 자리에 오른 바 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호실적 배경으로는 순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 드라이브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 판매 확대 등이 꼽힌다. 특히 전기차 판매 선전이 돋보인다.
지난해 8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당시만 해도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금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현대차·기아가 미국서 판매하는 전기차 가운데 GV70 전동화 모델만 현지에서 생산한다. 주력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은 한국서 생산해 IRA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현대차·기아는 IRA 미적용 대상인 상업용 전기차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지난해 한 자릿수에 그쳤던 미국 상업용 전기차 판매 비중을 올해 30% 이상으로 높였다.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3% 증가한 1만2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투싼, 스포티지, 쏘렌토, 싼타페 등 하이브리드 모델도 승승장구했다.
친환경차와 SUV 그리고 제네시스의 판매 호조는 역대 최고 실적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14조1076억원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 전인 2020년 상반기(2조437억원)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7배 가까이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0.9%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현대차 14조7911억원, 기아 11조8320억원으로 합산 26조6231억원에 달한다.
2015년 정의선 회장 주도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지난 8월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고급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 아이오닉6 등은 세계 올해의 차(WCOTY), 북미 올해의 차(NACOTY), 유럽 올해의 차(ECOTY)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했다.
정의선 회장은 "모든 업체가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는 전기차 시대에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며 E-GMP 개발을 주도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2.7% 증가한 684만5천대를 팔아 도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사상 처음 '톱3'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에도 366만대가량을 판매하며 순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