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잠정합의안 투표 앞두고 파업위기 고조...‘상대적 박탈감에 직무급제 논란까지?’

-포스코, 오는 9일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앞두고 위기감↑ -직원들, 기대 못 미치는 합의안에 반대하겠다는 의견 다수 -합의안 부결시 재협상하거나 파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

2023-11-08     박시하 기자
[사진=포스코]

포스코가 오는 9일 잠정합의안 투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 사이에서는 합의안에 반대하겠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포스코 직원들은 위기상황에서도 스톡그랜트와 성과금을 챙기는 임원들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현대제철 등 동종업계의 임금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합의안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직원 A씨는 “힌남노 태풍 때 일상을 포기하고 현장 복구에 모든 것을 바쳤던 것은 직원들이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스톡그랜트와 성과금 챙기기에 혈안이 됐던 것은 임원들”이라면서, “직원들은 평생 포스코에서 일한다는 생각에 애사심을 갖고 있고 어떻게하면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데, 임원들은 몇 년동안 포스코에서 일하면서 포스코나 직원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라고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50여년 동안 포스코에서 단 한번도 쟁의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은 사측이 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줘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면서, “임단협 교섭 과정이나 쟁의행위 투표 과정에서도 직원들과 소통하기보다는 제시안을 초기화하겠다는 식으로 (직원들을) 협박하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달 31일 열린 3차 조정위원회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조정 회의에서 노사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측은 조정을 중단하려고 했다. 하지만 오후 11시경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회의에 참석했고, 약 17시간의 협의를 끝으로 잠정합의안이 나오게 된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포스코는 중요한 회사고 파업으로 이어지면 포스코만이 아니라 거기에 연계되는 산업이라든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원장님께서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면서, “철도노조, 보건노조 등 파급효과가 큰 곳은 위원장님이 관심을 가지면서 항상 지원을 해주신다”라고 말했다.

이어 “관계부처에 연계해서 협조가 필요한 곳은 관계부처 장관님께도 연락을 드리고, 중요한 사업장같은 경우에는 뒤에서 항상 지원을 해주고 계신다”면서, “포스코같은 경우에는 파업으로 이어지면 경제적, 사회적, 지역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니까 여기에 대해서 이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 2차 조정위(조정신청위원회)에서 조정이 안되고, 노사가 연장해서 3차 회의에서도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었다면서, “위원장님께서 중요성을 감안해서 지원을 해주면서, 간극을 좁히면서 노사가 어느정도의 합의안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사기업의 조정 과정에 노조의 요청없이 참석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원장이 노조의 요청이나 사전 언급없이 조정 과정에 참여할 경우 노조에 부담감을 줄 수 있고,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노조에서 요청하는게 맞지만 이번에는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서 노사가 응해서 위원장님이 하신 것”이라면서, “(위원장님이) 조정신청 전에도 사측면담을 통해서 교섭의 중요성이나 국민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주셨고, 노동위원회가 중간에서 중재역할을 할 때, 노사간 조정이라는 것이 노사 당사자가 합의점을 좁혀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정합의안이 공개된 후 직원들 사이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기본임금의 경우 최초 제시안 13.1% 인상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인 ‘Base Up 정액 10만원’으로 합의됐고, 주식 또한 노조가 요구한 100주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20차례가 넘는 단체교섭과 3차례의 조정회의에서도 최초 제시안에 비해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파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경영성과금 개선, 직무급제 도입, 복리후생 재설계 관련 노사합동 TF 운영’에 관한 항목이 추가되면서 반발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직무급제는 직무분석과 직무평가를 통해 마련된 직무 등급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시작으로 직무급제를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포스코 직원들 역시 직무급제 도입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직원 B씨는 “잠정합의안을 확인한 후 첫 줄에 쓰여있는 베이스 업 8000원 인상에 기가 막혔는데, 가장 마지막 줄에 직무급에 도입이라는 문구를 보고 진짜로 이직을 해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포스코 직원이 현대모비스 자회사로 이직했다는 글을 봤는데 그냥 지나쳤던 게 현실로 확 다가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직무급제가 도입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기도 하지만, 직무평가 방법이나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이며 그 평가를 누가 할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벌써부터 답이 안 나온다”면서, “더 가관인 것은 직무급제 도입에 대해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사측이 ‘직무급제’라는 단어를 ‘직무환경수당’이라는 단어로 은근슬쩍 바꾼 것”이라며 씁쓸함을 드러냈다.

또한 최근 현대제철의 임금협상 제시안이 공개되자 포스코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나왔다. 현대제철 노조는 사측이 14차 교섭에서 기본급 10만원 인상, 성과급 400%, 격려금 1200만원 등을 포함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거부한 상태다. 포스코 직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제시안이 사측의 제시안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고, 이러한 제시안을 거부한 노조가 대단하다는 의견들을 남겼다.

포스코는 오는 9일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다. 다수의 직원들은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던 한국GM, SK하이닉스, 현대로템 등의 사례를 공유하며, 소신껏 투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9일 투표 결과에 따라 파업이나 재협상 등을 결정하게 된다.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보통 조정안이 제시된 후 받아들이면 끝나고, 노조 대표가 합의를 하더라도 노조에 의견을 묻는다”면서, “(조합원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서 (잠정합의안이) 결정이 되기 때문에 잠정합의안이라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종적으로 당사자간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해서 서명하고, 앞으로 노동조합의 투표를 해서 임금협약 체결반대가 많이 나오면 그 안대로 체결을 못하고 이후부터 다시 교섭을 계속해야되는 상황”이라면서, “반대가 많이 나오면 앞으로 협의가 계속 이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포스코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잠정합의안이 파업 전 평화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는 최선의 안이라 판단했고, 파업이 시작되면 조합원의 직접적인 참여가 수반될 수 있어 조합원의 위험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대치의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모든 시나리오를 준비했고 쟁의권도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소신있는 투표를 부탁했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선택은 조합원이 하되 책임은 위원장이 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