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소비자 맞춤 신상품 '정조준'...판매량·인지도 관심 UP
지난해 순익 –261억원으로 적자 초기 사업비용↑, 상품수요 부족 6월 여행자보험 출시...누적 20만 차별된 서비스 제공에 관심 증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중장기적으로 보험업계에서 ‘메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타 사와 구분되는 차별화한 상품과 서비스 제공으로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출시한 여행자보험이 그 예다. 국내 최초 보험금 ‘즉시 지급’ 서비스를 도입하는 등 거대 플랫폼 카카오톡과 디지털 손해보험사라는 강점을 이용해 편리하고 획기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 보험사란 보험 생태계 안에서 디지털 보험을 직접 제조·판매하거나 디지털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디지털 보험은 보험 전반에 걸쳐 디지털 기술 및 데이터 분석을 적용하고 디지털 수단을 통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보험상품·서비스로 정의한다.
기대보다 부진했던 지난해...수요없는 상품 등에 적자기록
카카오페이손보는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한 디지털 보험사다. 카카오와 카카오페이가 각각 400억원, 600억원 출자했으며 카카오페이가 최대 주주다. 출범 당시 월간 활성 이용자 수 5000만명을 보유한 플랫폼 카카오톡과 연계로 보험업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회사 순이익은 –261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료 수익은 2억3113만원에 그쳤다. 신계약 실적은 60건이다. 올해 1분기도 마찬가지였다. 보험수익은 4800만원, 재보험수익 700만원에 그쳤으며, 순이익은 –78억원으로 집계됐다.
초기 사업 비용과 수요 없는 상품 때문이다. 작년 말 사업비용은 268억원이다. 영업비용(280억원) 비중의 약 96%다. 출범 당시 첫 상품으로 내놓은 ‘금융안심보험’은 보이스피싱 피해, 금융사고, 금융사기 등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미니보험이다. 당해 12월 개인 가입자도 가입할 수 있도록 범위만 확대하고, 올해 5월까지 별다른 상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상품 종류 한계뿐만 아니라 미니보험의 낮은 수익성 구조도 문제다. 미니보험은 소액의 보험료와 짧은 기간이 특징으로 온라인 판매에 적합하다고 알려져 디지털 보험사의 주 상품이다. 다만 보험료가 저렴해 자산운용 어려움이 크고, 손해율 관리도 까다로운 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보험사는 초기에 사업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라며 “미니보험으로 인해 자산운용도 어렵다. 최근에는 대형보험사도 단기납 상품, 미니보험 등을 판매해 디지털 보험사가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행자보험, 소비자 맞춤 상품 서비스 제공에...강자로 자리매김
이 같은 위기감이 지속된 가운데 2분기부터 분위기는 달라졌다. 출범 7개월 만인 지난 6월 새 상품 여행자보험을 선보이면서다.
상품 판매량이 심상치 않다. 출시 100일 만에 가입자 15만명을 넘어섰다. 첫 달 1만877명이 가입한 데 이어 7월 5만2735명, 8월 5만3184명, 9월 6만4562명으로 월간 5만명 이상이 가입했다. 누적 가입자 수는 20만명을 돌파한다.
해외여행자보험이 소비자의 수요를 이끈 것 타 사와 차별된 서비스로 분석된다. 이 상품은 필수 가입 담보가 플랜별로 정해져 있는 기존 보험과 달리 원하는 보장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보장범위도 넓다. 이중 눈에 띄는 점은 ‘안전 귀국 환급금’이다. 가입자는 무사히 귀국만 해도 지급한 보험료의 10%를 돌려받는다. 회사가 직접 보험금을 부담한다. 카카오톡을 이용함으로써 언더라이팅(보험 가입심사) 비용을 줄인 만큼 가입자에게 혜택을 돌려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해외여행 시 사고가 나야만 보상받는 기존 보험과 완전히 대비되는 골자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가입자 중 74.6%가 이 혜택을 돌려받았다.
‘함께하면 할인’ 혜택을 탑재해 여행자가 두 명이면 5%, 세 명이면 10%까지 보험료 할인이 가능하다.
카카오톡 플랫폼을 사용해 편의성도 높였다. ‘비행기 지연 자동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등록해놓은 해당 비행기 지연이 확인되면 사용자에게 빠르게 지연 사실과 보험금 청구 가능 여부를 안내하는 서비스다.
보험금 청구도 쉽게 할 수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터치 몇 번만이면 가능하다. 9월에는 1분 안에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즉시 지급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보험료가 아깝게 느껴지는 것처럼 보험에 가입하고 청구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느꼈던 불편함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라며 “사용자가 사고를 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행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 서비스를 즐겁게 경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회사의 이 같은 행보는 보험업에서 필요로 하는 디지털 보험사의 역할로 정의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시장에 있는 디지털 보험사(신한EZ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 하나손해보험 등)는 몇 년째 적자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통 보험사와 다를 것 없는 상품과 미니보험 한계 탓이다. 심지어 브랜드 인지도도 미미하다.
보험연구원 손재희 연구위원은 “국내 디지털 보험사의 사업모델 확장 측면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보험 서비스는 다양성 및 디지털 경험 제공 측면에서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적자를 냈지만 카카오페이손보는 이들과 다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여행자보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매출도 개선세다. 이 중심에는 전통 보험사와 달리 디지털 보험사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이 기반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연구원은 “시장 확대를 통한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플랫폼 기반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 혹은 정교한 위험 측정 및 데이터 분석과 같은 독자적 기술 기반 솔루션 제공 등 사업모델 확대가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슷한 예로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있다. 캐롯손보는 탄 만큼만 지급한다는 색다른 운전자 보험 ‘퍼마일자동차보험’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올 8월 기준 갱신율은 91.3%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인기에 힘입어 적자 폭도 축소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BM혁신연구실 채원영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보험사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은 혁신적 상품, 가격경쟁력 확보, 채널 MIX구축, 보험업 기본 경쟁력 등”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사 관계자는 “당장에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기보다 사용자 맞춤 제공 서비스를 목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단체해외여행자보험 등 상품 개발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며 “디지털 보험사로서 할 수 있는 역할과 본연의 목적에 맞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