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이재용·정의선·구광모 '오너십 강화', CEO·임원인사 특징 네 가지...'여성·기술·80년대생 세대교체'

- "안정 속의 변화 추구하면서도 젊은 총수 오너십 강화한 것이 특징" - 1970년~80년대생 젊은 임원들 약진...여성 및 외국인 임원 증가세 - 삼성전자, 사내이사급 등기임원 4명 교체 2025년도 인사가 더 중요 - 최태원, 7일 CEO 및 임원이사 전망...부회장단 교체 등 세대교체

2023-12-01     박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연말 사장단 및 임원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세대교체, 우먼파워, 이공계 약진 등이 특징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활동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7일 CEO 및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4대 그룹 출신 고위관계자는 "올해 현대차의 CEO급 인사가 빨라진 데 이어 삼성전자, LG 등 주요 그룹의 임원인사가 빨라졌다"며 "안정 속의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젊은 인재, 여성, 이공계 등을 전진배치하면서 젊은 총수 오너십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차, LG가 연말 인사를 다소 앞당긴 가운데 '안정 속 쇄신'과 '세대교체'가 주요 특징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11월 중순 CEO급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LG와 삼성전자가 잇달아 CEO 및 임원인사를 이어갔다. 통상 LG가 11월 마지막 주, 삼성전자와 LG가 12월에 인사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빨라진 인사다.

우선 주요 그룹의 2024년도 정기인사 특징은 1970년~80년대생 젊은 임원들의 약진을 꼽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젊은 리더들을 대거 전진 배치하며 미래 지속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1970년생 사장을 배출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 주인공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3년 연속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발탁하며 '세대 교체'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29일 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4명 등 총 143명을 승진시키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용석우(왼쪽)

특히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을 대거 중용했다. 부사장의 경우 전체 승진자 51명 중 40대가 11명으로 20%가 넘는다. 

40대 부사장 승진자는 DS(반도체)부문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2팀장 강동구(47), DS부문 S.LSI사업부 제품기술팀장 김일룡(49), DX(디바이스 경험) 부문 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팩토리팀장 박태상(48),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 PA1팀 박세근(49), DS부문 CTO 반도체연구소 플래시공정개발팀 황희돈(49), DX부문 MX(모바일)사업부 프레임워크개발팀장 정혜순(48) 부사장 등 11명이다.

30대 상무로는 1984년생인 DX부문 MX사업부 스마트폰개발1그룹 손왕익(39) 상무가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여성이자 1983년생인 DX부문 VD사업부 차세대UX그룹장 이영아(40) 상무도 승진했다.

이재용 회장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에도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 등 젊은 리더들도 대거 발탁했다.

지난해에는 DX부문 MX사업부 전략제품개발1그룹장 문성훈 부사장과 반도체(DS)부문 S.LSI사업부 모뎀 개발팀장 이정원 부사장 등 40대 부사장 17명이 발탁됐다.

30대 상무로는 1985년생인 디바이스경험(DX)부문 생산기술연구소 하드웨어 기술그룹 배범희 상무와 1983년생 반도체 부문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1팀 이병일 상무가 임원을 달았다.

삼성SDS에서는 창립 이래 최초 30대 임원이 탄생하며 눈길을 끌었다. 

LG그룹도 1970년대생과 1980년생이 중용됐다.

1980년대생 임원 5명을 포함해 신규 임원의 97%가 1970년 이후 출생자다. 올해 최연소 임원은 손남서 LG생활건강 상무가 차지했다.

LG이노텍에서도 1970년생인 문혁수 부사장이 CEO 자리에 올라섰다. LG에너지솔루션에서도 1971년생 강창범 전무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새로 맡게 됐다. 

문혁수

앞으로 재계는 1970년대생이 주도하는 시대로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0대 기업의 경우 전체 임원 7345명 중에서 1970년대생 출생자는 작년 45% 수준에서 올해는 52% 이상으로 증가했다. 

또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들도 속속 전진배치될 전망이다. 100대 기업 내 1980년 이후 출생 임원 비중은 작년에는 1.5%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1.8%로 많아졌다. 인원으로 보면 105명에서 131명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IT업종 연말 인사에서 1980년대 출생 임원이 다수 발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1960년대생의 퇴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두번째로 여성 및 외국인 임원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여성 및 외국인 승진 임원 11명을 선임했다. 이로써 여성·외국인 임원은 2021년도 임원 인사 이후 4년 연속 두 자릿수대를 유지했다. 여성 및 외국인 승진 규모는 2020년 12월 10명, 2021년 12월 17명, 2022년 12월 11명, 2023년 11월 11명이다.

삼성전자는 여성 부사장 2명을 배출했다. 정혜순 MX사업부 프레임워크개발팀장 부사장과 전신애 SAIT 부사장이 그들이다. 

40대 여성 임원에는 송문경(46) DX부문 글로벌마케팅실 D2C센터 오퍼레이션그룹장, 이영아(40) DX부문 VD사업부 차세대UX그룹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SDS는 사공경 상무를 승진시키며 7년 연속 여성 인재를 중용했다.

삼성전기에서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성 승진자가 나왔다. 삼성전기는 반영민(45) 중앙연구소 융합해석그룹장이 상무로 발탁됐다.

LG는 지난해와 같은 규모인 9명의 여성이 승진했다. LG그룹의 여성 임원은 2019년 초 29명 대비 5년 만에 61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여성 파워는 아직도 국내 대기업의 여성 임원 숫자는 적을 뿐만 아니라 ESG 공시에 대비해 여성 임원을 늘리려는 경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2018년 216명→2019년 244명→2020년 286명→2021년 322명→2022명 403명→2023명 439명으로 매년 증가했다. 전체 임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3.5%→2020년 4.1%→2021년 4.8%→2022년 5.6%→2023년 6%로 점점 높아졌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임원은 올해 기준 100명 6명 정도에 불과하다. OECD 회원국의 평균 기업 내 여성 임원 비율이 30% 정도되는 것을 감안하면 아직도 우리나라는 갈 길이 먼 셈이다. 

세번째로 신기술 주도할 이공계 출신의 전진배치이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6월 유럽 출장을 다녀온 후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 같습니다"라고 기술경영 의지를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인사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기술 인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인데, 전체 승진자 중 기술 인재는 DS사업부에서만 34명이나 됐다.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 단장을 맡게 된 전영현 부회장도 전자공학도 출신이고, 용석우 신임 사장도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다. 

DX부문 VD사업부 마이크로 LED팀장 손태용(51) 부사장도 주목받고 있다. 손태용 부사장은 풍부한 TV 개발 경험을 토대로 마이크로 LED TV, 8K, QLED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DX부문 MX사업부 김성은 부사장, DX부문 MX사업부 양병덕 부사장, DX부문 DA사업부 임성택 부사장, DS부문 메모리사업부 강동구 부사장,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김일룡 부사장 등도 주목받는 기술 인재다.

소프트웨어 전문가들도 대거 승진했다. DX부문 CTO(최고기술경영자) 삼성리서치 AI 메쏘드 팀장인 이주형 부사장과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CP 소프트웨어개발팀 김병승 상무가 대표적이다. 이주형 부사장은 AI 알고리즘 설계 전문가, 김병승 상무는 모뎀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또 DX부문 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팩토리팀장 박태상 부사장, DX부문 MX사업부 스마트개발1그룹 손왕익 상무,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램 PA1팀 박세근 부사장, DS부문 CTO 반도체연구소 플래시공정개발팀 황희돈 부사장 등도 기술인재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프트웨어와 신기술 분야 인재를 다수 승진시켜 미래 성장 동력 강화에 나섰다"고 전했다.

LG는 차별화된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32명의 R&D 인재가 승진했다. LG그룹 내 R&D 임원 규모는 역대 최대인 203명(전년 196명)으로 확대됐다. 특히, ABC(AI, Bio, Clean Tech) 16명, 소프트웨어(SW) 8명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서 24명의 R&D 인재가 승진했다.

이외 최근 승진한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사장(금속공학) ▲LG이노텍 문혁수 부사장(화학공학) ▲삼성물산 이재언 사장(화학공학)도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으로 꼽힌다. 

1000대 기업 내 대표이사급 최고경영자 중 학부 기준 대학에서 이공계를 전공한 비중은 지난해 44.9%였는데 올해는 45.4%로 상승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2024년도 임원 인사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같은 인사는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젊은 오너 리더십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후계자들이 경영 전면에서 위상을 제고하고 있다. 

젊은 오너 총수들이 자신의 경영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측근 체제를 견고히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광모

구광모 회장은 자신만의 경영 색깔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부터 활약해왔던 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부회장을 퇴진시키고 젊은 경영자를 전진 배치한 것도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또 올해 임원 인사에서 HD현대그룹 정기선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코오롱그룹 이규호 사장도 지주사 부회장으로 올라섰다. 정기선 부회장은 HD현대 그룹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산 이사장의 장남이고,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그룹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모두 1980년대생이다.

앞서 작년에는 1980년대생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부회장에 올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삼성전자가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대표이사를 유임한 것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도 있고, 불확실한 경영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2024년 한 해 기회를 더 줬다고 본다. 실질적인 사내이사급 등기임원 교체는 2025년도 인사가 더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2025년 3월 사내이사인 경계현 대표이사를 비롯해 노태문 사장, 박학규 사장, 이정배 사장 등 4명이 임기가 공식 종료된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오는 7일 CEO 및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한 바 있고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후폭풍을 감안할 때 부회장급 2~3명 교체를 비롯 세대교체가 급속 진행된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