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 늘어나는데...연체율·파산 건수 덩달아 늘어 '비상'
국내 은행 대출 잔액 998조로 사상 최대 5대 은행의 잔액은 630조 기록 연체율은 0.49%로 집계돼 1년 전보다 2배 높아 파산건수 역시 1363건으로 작년대비 크게 늘어 "충당금 적립, 부실채권 정리 등 대비하고 있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연체율과 파산 건수가 크게 늘고 있어 은행권은 중소기업발 위기에 자산건전성이 악화되지는 않을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 잔액이 꾸준히 늘고 있고 대내외 여건 역시 좋지 않다"며 "대출심사 강화,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건전성 관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9월 말보다 3조8000억원 증가한 998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최대인 수치다.
11월 말 통계가 아직 발표되진 않았으나 지금과 같은 증가 추이라면 1000조원 돌파가 눈앞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농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630조6129억으로 나타났다. 잔액은 전월 대비 3조6462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잔액이 불어남과 동시에 각종 부실징후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로 작년 같은 기간 0.27%을 기록했던 것보다 0.22%포인트(p)나 상승했다.
올해 4분기와 내년에도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질 전망인 만큼, 대출 연체율이 앞으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파산 신청 건수가 폭증하는 추세다. 올해 10월까지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817건보다 546건이나 급증했다.
은행권은 아직 중소기업발 위기가 가시화되지 않아 관리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동시에 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충당금을 적립해 위기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3분기 국내 은행이 정리한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보다 6000억원 줄긴 했으나 전년 같은 기간 3조원을 정리한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규모가 큰 수준이다.
부실에 대비해 쌓는 충당금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9월 말 기준 국내 은행 대손충당금 잔액은 24조7000억원으로 지난 6월 말 23조8000억원에 비해 약 9000억원 늘었다. 9월 말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215.3%로 6월 말 226.4%에 비해 11.1%p 하락했으나 당국의 권고 기준인 100%를 넘고 있어 아직 여유가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에서도 당분간 금리를 인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여러번 밝힌 바 있어 당분간 지금과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같다"며 "중소기업을 비롯해 많은 차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은행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