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 ‘서울의 봄’과 ‘LG 틔운’의 연결 고리

노재현 국방장관, 한종화공 사장으로 계열사 영남화학은 2015년 LG 품에 틔운의 씨앗키트 제조사 팜한농까지

2023-12-06     우연주 기자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이 인기다. 개봉 2주 만에 500만 관객이 관람했다는 소식이다.

1979년 있었던 12.12 군사반란을 다루는 영화 ‘서울의 봄’과 LG전자의 실내형 식물재배기 ‘LG 틔운’ 사이에는 구구절절하긴 해도, 의외의 연결 고리가 있다.

이런 연결점을 찾는 것이 그다지 기술 발전에 기여하거나 하는 바는 없겠지만서도, 재밌다. 오늘날 ‘갑툭튀’하는 신제품도 알고 보면 다 역사가 있고 뿌리가 있더라는 것. 의외의 연관성을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배우 김의성씨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극한직업’, ‘부산행’, ‘내부자들’, ‘암살’ 등 흥행작에서 얼굴을 알린 배우 김의성은 이 영화에서 당시국방부장관이었던 ‘노재현’을 모티프로 한 배역(극 중 이름 오국상)을 맡았다.

실제 인물인 노 전 국방부장관은 그 후 곧바로 사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종합화학공업(이하 한종화공)’이라는 곳의 사장직으로 취임한다.

한종화공은 정부가 투자해 만든 비료공장이다. 충주와 나주에 세워진 공장에 정부 출자금 30억원이 보태져 한종화공이 된 것이다. 이 후에도 한종화공은 꾸준히 관련 공장을 인수해 규모를 키웠다.

비료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인류의 삶에 큰 기여를 했다. 당장 북한만 봐도, 화학비료가 부족하니 작물 성장 속도가 더디고 인분을 비료로 써 기생충 감염률이 높은 등 문제가 많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종화공은 이후 서서히 매각 절차를 밟아 뿔뿔이 흩어진다. 에탄올로 저렴한 주류를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몸에 해롭다는 지적으로 사업이 부진해진 것, 정부의 민영화 기조 등이 원인이 됐다.

한종화공의 계열사 중 ‘영남화학’이 있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영남화학은 1965년 정부가 미국수출입은행에서 빌어온 차관으로 만들어졌다.

영남화학은 한종화공의 매각 과정에서 1987년 동부그룹에 매각된다.

이후 2015년, LG에 다시 한번 팔리면서 LG 계열사가 된다.

이제 ‘LG 틔운’ 이야기를 해보자. 이 기계는 실내에서 별다른 비료 없이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게 해준다.

장점이자 단점은 전용 씨앗키트를 사용해야한다는 점인데, 일반적인 식물 재배 방식처럼 비료를 주거나 흙을 골라줄 필요가 없다는 점은 편리하지만 LG가 ‘허락한’ 종류의 씨앗만 쓸 수 있으니 선택의 폭이 크지 않은 것이 단점이다. 가격도 상당히 높다.

이 씨앗키트를 만드는 곳이 한종화공에서부터 비롯된 영남화학, 오늘날 LG 계열사인 ‘팜한농’이다.

사실 LG 틔운은 참 흥미로운 기계다.

햇빛, 비료, 지렁이, 계절의 변화 등 인간이 컨트롤할 수 없던 자연적 요소를 모두 고도의 최신 기술로 대체했다. 그런데 결국 이 신기술로 만들고 싶은 것은 1만 년 전부터 해온 식물 재배라는 것.

온도 조절 기술, 공조, 인버터 컴프레서, 급수제어, LED 등 온갖 기술이 쓰였는데 결국은 청동기 시대 때 밭일 하던 그 작업을 하겠다는 거다.

엄청 노력했는데, 결국 지향점은 ‘자연’이다.

신기술도 좋지만, 자연과 아주 떨어지고 싶어하지 않는 현대인을 연상시킨다. 아파트 거주가 늘어나면서 캠핑족도 늘어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될수록 종이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처럼.

적당히 자연을 대체하면서 적당히 편리하고, 동시에 적당히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선은 어디일까? LG 틔운은 이모저모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기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