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美, 탄소무역장벽 공고히 하는 중...심영규 교수 "법·제도 재설계 통한 종합 대책 마련 시급"

-EU, 탄소 집약적·다배출 산업 대상 공정·생산 전 과정서 탈탄소 요구 -미국, 탄소국경조정 도입 골자로 하는 7개 연방 법률안 잇따라 발의

2023-12-08     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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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각국이 탈탄소 정책에 대한 시행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그 영향을 가장 직접적이고 대규모로 받는 산업은 철강업계로 조사돼 법률적, 제도적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8일 심영규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국내외 통상 정책 이슈들을 조사한 결과 최종 목표는 대부분 기후 위기 극복에 수렴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탄소 집약적이고 다배출 산업인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경제 구조상 기후 위기 대응 탈탄소·탄소중립 정책에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른 정확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2020년 기준 656.2백만톤 CO2eq.로 1990년 대비 124.7% 증가했다. 산업 분야별로는 에너지 분야 다음으로 제조업이 181.6백만톤 CO2eq.로 2위에 등극했다.

제조업 부문 중에서도 특히 철강산업이 93,136.9백만톤 CO2eq.로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산업·경제 구조는 탈탄소·탄소중립 조기 실현의 주요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또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산업·경제구조 특성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탄소 누출 문제가 주요 글로벌 통상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는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무역 체계 구축을 명분으로 기후 위기 대응 관련 그린 전환 정책과 탄소무역장벽 등을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역외에서 생산돼 역내로 수입되는 철강 제품의 온실가스 직접 배출에 대한 비용 부과를 골자로 한 탄소국경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유럽연합 CBAM은 2023년 10월부터 약 2년간의 시범 시행을 거쳐 2026년부터 정식 시행할 예정이다. 해당 제도는 탄소 집약적·다배출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공정·생산 방식 전 과정에서의 탈탄소를 요구한다.

미국은 탄소가격 부과를 기반으로 하는 5개 법안을 포함한 탄소국경조정(BCA) 도입을 골자로 하는 총 7개의 연방 법률안을 잇따라 발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법안은 모두 탄소국경제도를 골자로 하지만 탄소가격 기반 유무, 탄소가격의 기본적인 책정 기준과 설계 방식, 특수성 등에서 약간씩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최근에 발의된 2개의 대표적인 법안으로는 2021년 7월 발의된 공정한 전환과 경쟁법(FTCA)안과 2022년 6월 발의된 청정경쟁법(CCA)안을 들 수 있다.

FTCA는 미국에서도 탄소국경조정(BCA)을 점진적으로 도입함으로써 탄소 누출을 막고, 철강 등 수입품에 대해서 탄소 국경세를 우선 적용하고, 이후 타 수입품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CCA는 철강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12개 수입품 원자재에 대해서 탄소세(1톤당 55불)를 부과하고, 향후 이를 완제품에 대해서까지 확대 적용할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산업구조 특성상 저비용·고효율성이 극대화된 글로벌 분업체계에서 중간재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미국, 유럽의 탄소무역장벽은 그 자체가 철강 산업 전반에 큰 부담이 된다.

심영규 동아대 교수는 대책으로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 탈탄소·탄소중립 정책 관련 법과 제도를 포괄해, 재설계하는 종합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린 전환 통상이슈에 취약한 중소기업들에 대한 보호·지원정책도 포함돼야 할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확보와 그린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 지원, 일자리 대책 등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탄소무역장벽으로 인해 환경 이슈가 통상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과 기체결 양자간·다자간 무역 협정서 환경 관련 통상분쟁 소지에 대한 사전 점검과 대비 태세를 확립해야 한다.

또 입법부와 행정부는 환경·무역 관련 국제 협정과 국내법·제도가 합치하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 주력 산업 등의 저탄소 지원을 위한 녹색 보조금의 효율적 활용 수단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철강 업체 중 그린 스틸을 가장 잘 보여주는 기업은 동국제강이다. 동국제강은 에코아크 전기로를 통해 고로 공정 대비 탄소 배출량을 1/4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동국제강 에코아크 전기로는 쇳물이 녹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철 스크랩을 연속으로 장입할 수 있고, 조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로 대기 중인 철 스크랩을 예열해 에너지 소비량을 30% 수준으로 낮췄다.

동국제강을 비롯한 국내 철강업계가 그린 스틸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만큼 정부는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지원·투자 정책의 설계와 실행, 최적의 대안과 개선방안을 기업에 제시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