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다변화에 열중하는 게임사들… 韓 콘솔史 ‘2막’ 열리나
업계 날씨 여전히 '흐림'... 싱글 게임으로 돌파구 모색 '거대 기업' 속속들이 참전... 새로운 장 열 수 있을까
게임사들이 콘솔 게임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즐비한 출시 예정작들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며 업계의 전반적인 생태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올지 이목이 쏠린다.
작년부터 게임 업계가 ‘엔드 코로나’와 함께 내수시장에서의 한계를 드러내며 침체기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지난 1월 발간한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를 통해 작년 하반기 게임 업계의 CBI 지수를 98.9점으로 책정했다. CBI 지수는 ▲매출 ▲수출 ▲투자 ▲고용 ▲자금사정 등의 척도를 통해 콘텐츠산업의 경기 전망을 수치화 한 것이다. 해당 지수가 100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9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또한 같은 자료에 의하면, 작년 상반기 게임 산업이 약 9조39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1%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쓴 맛을 봤다. 넷마블은 3분기까지 적자를 기록하며 한 해 동안 696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봤다. 엔씨소프트도 하향세를 탔다. 해당 회사는 작년에 1조 7798억원의 매출과 137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2022년 대비 각각 31%, 75% 감소한 수치다. 특히 작년 4분기에는 38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외에도 ▲카카오게임즈 ▲웹젠 ▲데브시스터즈 같은 기업들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여러 업체가 패키지 게임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게임산업 전문 조사기업 뉴주(Newzoo)에 의하면, 2022년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다운로드/박스 PC 게임과 콘솔게임은 매출액 기준으로 전체 게임 시장에서 49% 가량의 점유율을 가져갔다. 액수는 약 900억 달러(한화 약 119조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게임 업계는 이 같이 큰 규모를 자랑하는 분야에서 약세를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 자리 잡는데 실패했다. ‘어스토니아 스토리’, ’창세기전’, ‘킹덤 언더 파이어: 크루세이더’ 등 게이머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게임들이 다수 출시되기도 했으나, ‘마그나카르타’: 눈사태의 망령’, ‘천량열전’과 같은 게임들이 수많은 버그로 인해 혹평을 받으며 헤당 분야에서의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금 다수의 게임사들이 콘솔 및 싱글 게임 제작에 착수하고 있는 흐름이 읽히는 중이다. 개중에는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낸 기업도 존재한다. 네오위즈는 일전부터 ‘디제이맥스’ 시리즈를 필두로 콘솔 시장에 발을 걸친바 있다. 작년에는 ‘P의 거짓’이 1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승승장구 했다. 넥슨도 ‘데이브 더 다이버’를 통해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한편 카카오게임즈는 ‘아키에이지’의 후속작 ’아키에이지2’를 콘솔/PC 플랫폼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또한 계열사인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를 통해서 웹소설 '검술명가 막내아들' IP를 기반으로 한 신작 게임을 개발 중이다. PC 및 콘솔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헌팅 액션 RPG 장르를 차용하고 언리얼 엔진5를 활용해 그래픽을 제작하는 등 ‘코어 게이머’들을 공략하기 위한 요소를 넣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신작 게임 출시 외에도 라이브 게임의 글로벌 서비스 역량도 꾸준히 강화할 계획"이라며 "올해 글로벌 무대에서 카카오게임즈의 게임들이 또 한 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도 콘솔 게임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우선 ‘일곱개의 대죄: Origin’의 출시가 예정돼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이사는 지난 7일 “‘일곱개의 대죄: Origin’은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에 있으나 콘텐츠 양이 방대해 출시가 지연될 수도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출시할 수 있도록 최대한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멀티 플랫폼이 아닌 ‘순수’ 콘솔 타이틀 1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관련 정보를 추후 공개할 것”이라 밝혔다.
엔씨소프트 역시 닌텐도 스위치에 난투 액션 게임인 ’배틀크러쉬’를, PC 및 콘솔 플랫폼에는 MMO 슈팅 게임 ‘LLL’을 출시할 예정이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CFO는 지난 8일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LLL의 외부 테스트를 열 계획”이라 밝혔다.
시프트업을 빼 놓을 수 없다. 지난 11월 우리나라 게임 회사로서 최초로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와 세컨드 파티 계약을 체결한 해당 회사는 다가오는 4월 26일에 플레이스테이션 독점으로 ‘스텔라 블레이드’를 출시한다. 해당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에서 ‘올해의 기대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해당 회사는 2020년부터 ‘붉은사막’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면서 게이머들의 호응을 얻었다. 작년에는 게임스컴 2023을 통해 게임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고, 지스타 2023에서는 B2B 부스로 참여해 비공개 실기 시연을 진행했다. 다만 구체적인 출시일은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 게이머들의 눈높이가 많이 높아졌다”며 “제작 과정에서 싱글 게임만이 줄 수 있는 재미의 본질에 집중해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