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지주 황병우號출범] 대구은행, 지방은행 벗어나 시중은행 전환 박차...4대은행과 경쟁하기위한 4가지 조건들 

28일 주총 회장 취임, 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임박... 풀어야 할 과제 '산 넘어 산'

2024-03-29     이정환 기자
황병우

 

황병우 DGB 금융그룹 회장이 28일 주주총회에서 공식 취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선포했다. 

황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시중은행 전환이라는 새 시험대에 오른만큼 기존 금융과는 다른 DGB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가장 지역적인 전국은행으로서 새 포지셔닝을 만드는 동시에 그룹 시너지를 함께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 3년을 시작한 황 회장은 올해 말까지 대구은행장도 겸직한다. 그룹의 최대 숙원과제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는 금융감독원의 내부 심사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이 이뤄진다. 

은행법상 인가 심사는 접수일로부터 3개월인 만큼 대구은행의 전환 여부는 5월7일 이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대구은행, DGB금융이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해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기존 시중은행의 벽이 너무 높고 인적 물적 네트워크도 지역적인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우선 수익성 개선이 관건이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만 봐도 시중은행과는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 난다. 

시중 금융지주와 맞붙기엔 '체급'에서도 확연한 차이가 난다. 

KB금융은 지난해 4조63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며, 신한금융은 4조3680억원, 하나금융은 3조4516억원, 우리금융은 2조5167억원이었다. 

DGB금융의 순이익은 3878억원으로 인터넷은행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순이익이 지방금융 3사 중에서도 꼴등이라는 점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해 BNK 금융지주, JB 금융지주는 각 6303억원, 58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기존 시중은행과 몸집 차이... 수익성 개선과 차별화한 틈새공략 절실  

아무리 영업망을 전국적으로 확대하더라도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시중은행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기존 시중은행 및 인터넷 은행과는 완전히 차별화한 DGB만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 회장이 이날 "가장 지역적인 전국 은행"을 표방한 것도, 결국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차별화한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둘째, 대구은행의 디지털 경쟁력도 시중은행 전환 이후 생존을 위한 핵심 관건이다. 이미 전국적으로 점포가 많은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비대면에서 입지가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전국적으로 영업 점포를 늘려나가는 것은 시대적 추이에도 맞지 않거니와 되레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 4~5년간 시중은행의 디지털금융 고도화와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으로  지방은행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황 회장도 "새로운 IT 회사를 만든다는 각오로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구은행이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차별화한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존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금융서비스를 넘어 고객의 일상생활을 아우르는 '슈퍼앱' 플랫폼 구축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결코 녹록치 않은 과제다. 

 '아는 형님, 동생' 지역연고 온정주의 문화, 내부통제 걸림돌 

셋째, 내부통제 리스크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지난해  대구은행 영업점 56곳의 직원 113명이 고객 동의 없이 1600여개의 증권 계좌를 부당 개설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하이투자증권 부동산PF '꺾기 의혹‘이 불거져 내부통제에 허점이 노출됐다.   

이러한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씻기 위해 내부통제 관리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지역연고에 의한 온정주의 문화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경우  '아는 형님, 동생'으로 대표되는 지역 특유의 사내 분위기가 임직원간의 내부통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면서 "특유의 학연, 지연으로 뭉친 연고주의는 시중은행 이미지에도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야 타 시중은행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더 큰 리스크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황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도 "내부통제에 관해서 만큼은 양보와 타협 없이 지켜달라" 며 직원들에게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비은행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만드는 일이다.  DGB 금융의 경우 지방지주사 중 유일하게 비은행 포트폴리오인 보험사(DGB 생명)와 증권(하이투자증권)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캐피탈(DGB 캐피탈)과 자산운용(하이자산운용) 등 계열사를 운용 중인만큼 주요 5대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포트폴리오 부문에서는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대구은행만으로는 기존 대형 시중은행과 경쟁을 벌이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도권 등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하려면 서울에 소재한 다른 계열사들과 어떻게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 핵심 관건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31년만에 새로운 시중은행 등장, 전국구 은행 도약 기회

이번에 심사 승인이 이뤄지면 31년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된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게 되면 조달금리 인하와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이라는 이유로 불합리한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은행권 경쟁 촉진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업점 개설 제한이 풀릴 경우 영업망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