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배상" 올해 실적 둔화 가능성에 암울한 은행권...금산분리 완화로 반등 모색하나
김주현 금융위원장 "은행 부수업무와 겸영업무 규제 개선할 것" 금산분리 완화 논의의 연장선상으로 해석 돼 작년 8월 금산분리 완화 방안 발표 취소된 바 있어 실적 악화 겪는 은행권은 긍정적인 반응 보여
금융당국이 은행들을 옥죄고 있는 부수·겸영 업무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약속했다. 작년 8월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무기한 연기된 이후 당국 차원에서의 첫 약속이라 은행권에 화색이 돌고 있다.
올해 홍콩 ELS 여파로 실적 둔화를 겪고 있는 은행권이 금산분리 완화를 계기로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까지 금산분리 완화를 진행할지 정해진 바는 없다"라면서도 "은행이 비금융 서비스로 기업들을 지원하는 맥락에서 금융-비금융 융합 촉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4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은행연합회장과 은행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의 부수·겸영 업무 규제개선 등 금융제도 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속적인 금융사고와 감동 없는 수익 창출로 국민의 금융권에 대한 신뢰가 저하돼왔으며, 은행산업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이 많다"라며 "금융권의 변화와 혁신 노력을 지원하기 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부수업무와 겸영업무 규제개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은행의 비금융 확대를 의미하는 것으로, 금산분리 완화 논의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 앞서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알뜰폰 '리브엠'과 배달 어플리케이션 '땡겨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이들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바 있다.
작년 8월 '이자장사' 논란을 겪던 은행권은 금산분리 완화 분위기가 고조되자 비이자이익 확대에 대한 기대감에 한껏 들떠있었다. 그러나 8월 24일 금융위는 돌연 은행의 비금융업 진출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세밀히 분석하겠다는 명목으로 금산분리 완화 방안 발표를 취소했다.
당시 금융규제혁신회의를 통해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발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막판 조율 과정에서 이견이 나와 결국 지금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 위원장이 다시 금융 규제 혁파를 약속하자 은행권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홍콩 ELS 사태로 인해 조단위 배상금과 과징금을 지불할 위기에 놓여 올해 실적 악화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이 모든 ELS 상품 판매를 중지한 만큼 대표적인 비이자이익인 수수료 수입도 줄어들 전망이다. 은행이 비금융업에 보다 원활히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비이자이익을 필두로 실적 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실적 전망은 암울한 편이다. 4일 금융정보업에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예상 당기순이익은 4조4889억원으로 집계돼 전년 동기 4조9015억원 대비 8.4%(4126억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작년 5대 은행의 이자이익 의존도는 93.37%로 나타나 비이자이익 부문이 지지부진한 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배상금이 충당부채로 인식되고 비이자이익도 감소할 전망이라 실적 악화는 다들 염두에 두고 있다"며 "다만, 이번 당국의 약속을 계기로 금산분리 완화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올해 안에는 구체적인 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