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이야기] 배터리 격전지가 된 이곳...한중 배터리 강국들이 모로코에 모이는 이유는?
LFP 배터리 핵심 연료 매장량 풍부 한-중 배터리 소재 확보 경쟁 치열
세계 각국의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모로코에 모여들고 있다. LFP 배터리에 들어가는 인산의 핵심 원재료는 인광석인데, 전 세계 매장량의 75%가 모로코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모로코의 매력도를 높였다.
이미 글로벌 음극재 시장 1위 기업인 중국 BTF(베이터뤼)은 최근 모로코에 5억달러(한화 약 6687억원)을 투자해 음극재 생산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BTR은 중국 바오안그룹의 배터리 소재 부문 자회사로 테슬라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LG화학이 중국 화유그룹 계열사 유산과 손잡고 모로코에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연초 "모로코는 FTA 체결국이고, 인산이 풍부하기 때문에 LFP 계열은 (생산하기에) 최적"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배터리 공급망 강화를 위해 모로코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 확보에 나섰다.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업체 야화(Yahua)와 모로코에서의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것이다. 수산화리튬은 양극재 핵심 원료인 니켈과 합성하기 쉬워 하이니켈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의 원료로 쓰인다.
업계는 모로코가 한국과 중국 사이의 배터리 격전지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모로코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투자 승인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향후에도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기존 배터리 시장을 독점한 중국과 한국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해졌고, 한-중 간 경쟁이 모로코에서 격화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미국이 한국과 모로코를 통해 우회 투자에 나선 중국 배터리 기업을 주시하고 있는 점은 한국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우회 투자로 IRA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모로코에 진출한 중국 기업 역시 견제를 받을 가능성도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 모로코 자체 자동차 시장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모로코는 아프리카 최대 자동차 생산지로 2025년까지 연간 자동차 생산량을 10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아프리카 최대 컨테이너 항만이 있는 점을 활용해 정부가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린 결과다. 현재는 르노, PSA, 스텔란티스 등 완성차 기업이 모로코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모로코가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관계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한-중간 경쟁이 한국에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추가 투자 등 원소재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