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도 '삼성 인덕션'이 국내 최초 원격제어라더니…삼성 "발견하지 못한 것 뿐"
LG, 2010년대에 이미 원격제어 인덕션 출시 일부 기사 '최초' 표현...삼성, "발견 못했다" 전문가들, 입 모아 “오해의 소지...정정 필요”
[녹색경제신문 = 우연주 기자]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원격제어 인덕션이 논란이다. 과거에 원격제어 인덕션이 국내에 출시된 적 있었지만 일부 기사는 물론 공공기관 보도자료에서마저도 '국내 최초'라는 표현이 쓰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유일' 원격제어 인덕션을 출시했다고 알렸다.
과거에 LG전자 등이 출시한 원격제어 인덕션이 있었던 만큼, 삼성전자는 '최초'가 아닌 '유일'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원격제어 인덕션은 2022년 새로운 KC 규정이 생기기 전까지는 불법이 아니었다.
2022년에 KC-60335-2-6(인덕션 등 전기용품에 관한 안전기준) 문서가 업데이트 되면서 모든 인덕션은 원격제어를 할 수 없다는 새로운 규정이 생겼다.
이에 제조사들이 국내 출시 인덕션의 원격제어 기능을 삭제한 상황에서, 지난 2023년 말 삼성전자는 규제샌드박스(제조사 신청으로 현행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를 신청했고 지난 3월 국내 유일 원격제어 인덕션을 출시했다.
문제는 몇 매체가 '유일'이라는 표현 대신 '최초'라는 표현을 기사 제목에 쓰면서 생겼다.
삼성전자는 모든 기사를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발견한 기사에 대해서는 모두 수정 요청을 한다"며 "'최초'라는 단어가 아직 남아있는 기사는 차마 확인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규제샌드박스를 담당한 한 공공기관(이하 A기관)의 보도자료는 기름을 끼얹었다.
A기관은 지난 23일 “삼성전자는 어린이들의 모래 놀이터(Sandbox)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그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치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지난달 국내 최초로 앱을 통한 동작변경, 종료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원격제어 인덕션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였다”고 썼다.
국내 최초로 출시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기관 관계자는 "정말 국내 최초 원격제어 인덕션이라는 의미가 아닌,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최초 원격제어 인덕션이라는 의도로 해당 보도자료를 작성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보도자료의 문장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윤용선 명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어에서는 부사의 위치가 자유로운 경향이 있다”면서도 “A기관의 보도자료에 쓰인 문장은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원격제어 인덕션을 출시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규제샌드박스 중 최초 사례라는 뜻으로 읽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언론홍보학과 교수 A씨도 “잘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원격제어 인덕션을 만들었다는 뜻으로 이해할 것이다. 오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는 문장이다”고 평했다.
A씨는 이어 “문제된 보도자료의 문장이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출시한 최초 사례’라고 해석돼야 한다는 것은 A기관의 주관적인 생각이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어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 교수는 “문장을 뜯어서 해석하다 보면 정말 특이한 해석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문장이 길면 흔히 이런 일이 생긴다. A기관이 의도했다고 주장하는 바가 아예 근거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정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씨는 “아주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해도 오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는 만큼 A기관이 보도자료를 수정하든지 추가 보도자료를 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윤 교수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표현을 바꾸든지 정정하는 내용을 추가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