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차별화 승부수는 '배타적 사용권'... 획득·심의 신청 잇따라

경쟁력 및 브랜드 이미지 강화 전략...  시장 선점·고객친화적 이미지 구축 노려  심의 까다로운 반면 독점 판매 기간 짧아 ‘실익’에 물음표... 제도 개선 필요성 제기돼

2024-06-25     이준성 기자

 

[사진=한화손해보험]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보험업계가 '배타적 사용권'을 앞세워 상품 차별화 경쟁에 나섰다. 배타적 사용권은 일종의 '보험 특허권'으로, 획득 시 최장 12개월의 독점 판매권을 얻을 수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지난달 출시한 '행복플러스 연금보험(무배당, 보증비용부과형)'이 3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생명보험사 중 올해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첫 사례다. 이 상품은 고객이 보증비용을 부담하고 일정기간 동안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 공시이율의 변동과 관계없이 연복리 3.6%를 적용해 계산한 최저계약자적립액을 약관에 따라 보증한다. 보증 시점 이후에는 일반 연금과 동일하게 적립액에 공시 이율을 적용한다.

한화손해보험은 차병원과 협업한 ‘유방암예후예측검사비 특약’으로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유방암 환자의 유전자를 활용해 맞춤 치료와 재발 여부 예측을 위한 검사비를 최초 1회 한해 보장하는 상품이다. 앞서 한화손보는 지난 1월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2.0’의 ‘유방암(수용체 타입) 진단비 특약'과 '출산장려 가임력 보존 서비스'로 손해보험협회로부터 올해 첫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바 있다.

하나손해보험도 '해외여행 중 여권 도난·분실 추가체류비용(3일한도) 특약'으로 3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이 특약은 해외여행 도중 여권을 분실하거나 도난당해 재외공관에 신고를 하고 여행증명서(TC) 또는 긴급여권을 발급받은 경우에 한해 보상한다. 여권 도난 또는 분실로 해외 현지에서 출국이 지연돼 발생한 추가 체류비용(숙식비용)을 3일 한도로 실손보장한다.

배타적 사용권 심의 신청 또한 줄을 잇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업계 최초로 암보험 내 비유전성 단일유전자 검사와 특정 암 합병증 및 항암 부작용 치료 약제 보장에 대한 특약을 신설하고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라이나생명은 '무배당 다이나믹 건강OK보험'의 12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라이나생명의 배타적 사용권 신청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캐롯손해보험은 '할인이 쌓이는 굿드라이브 특약'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 심의에서 고배를 마신 뒤 재심의 신청을 결정했다. 손보사의 배타적 사용권 재심사 신청은 2022년 6월 현대해상 이후 2년 만이다.

배타적 사용권을 향한 보험업계의 뜨거운 관심은 상품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신상품의 독점 판매를 통해 시장 선점과 비교 우위를 모두 달성하는 동시에,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는 고객친화적인 이미지까지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생명보험사 한 관계자는 "업계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 시도가 늘어날수록 보장의 폭이 넓어지고 실제 소비자 수요가 충족될 것"이라며 "저출산·고령화로 시장 포화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배타적 사용권 신청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생명]

다만, 보험업계가 배타적 사용권 획득으로 거두는 '실익'이 낮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타적 사용권은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의 신상품심의위원회로부터 상품의 독창성, 개선도, 소비자 편익 향상 등을 종합평가받은 뒤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획득할 수 있다. 심사위원 3분의 2 이상에게 한 명당 80점 이상을 얻어야 하며, 심의 결과에 따라 배타적 사용권 부여 기간이 달라진다. 평균 95점 이상은 1년, 90점은 미만은 3~6개월에 해당하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다.

보험업계는 까다로운 심의에 반해 배타적 사용권 부여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아 독점 판매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배타적 사용권 부여 기간의 대부분이 3~6개월에 불과해 경쟁력 있는 수준의 고객 규모를 확보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배타적 사용권 부여 기간이 끝나면 타 보험사가 내놓는 유사 상품과 다시 경쟁해야 한다. 실제로, 한화손보가 내놓은 '한화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 2.0'의 배타적 사용권 부여 기간이 지난 4월 종료되자 타 보험사의 유사 상품이 쏟아졌다.   

심의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에도 문제다. 심의 과정에서 상품 구조와 내용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이익은 얻지 못한 채 공들여 개발한 상품의 아이디어만 경쟁사에 알려주는 꼴이 되는 셈이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상품 개발에 들이는 노력에 비하면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3~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 부여 기간이 매우 짧아 신상품 개발이익을 독점적으로 누린다는 실제 효과는 적은 편"이라며 "심의위원회가 생명보험·손해보험협회별로 운영돼 제3보험 등 중복영역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점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