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처벌 "특별법 취지 살리자"...일반사기와 별도로 엄중 처벌해야
- 대법원 양형위원회,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기준 신설 계획 - 보험업계, 보험사기 특수성 반영 바람직...선량한 다수의 피해자 양산 - 일반사기죄와 별도의 범죄 유형 분류...엄중 처벌 대상으로 규율 필요
[녹색경제신문 = 윤덕제 기자]보험사기 근절을 위해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에 보험사기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보험사기는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해야 하는 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일반사기죄와 별도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기는 특정 피해자 손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 집단 전체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며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기준은 보험사기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해 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양형기준상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죄는 양형기준을 설정하는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사기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마련돼 있지만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대해 적용되며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보험사기가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피해 금액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양형기준 설정 대상을 추가할 필요성이 인정된 결과다.
양형위원회 집계 결과, 지난 2018년에서 2022년 간 정식재판에 회부된 보험사기 사건이 6209건으로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범죄 중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했다.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보험사기 현실에 비해 보험사기 근절을 위한 대응력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백 선임연구위원은 보험사기의 특수성을 감안해 특별양형인자 등을 통해 보험사기를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일례로 현재 사기범죄 양형기준에서는 금융, 증권, 무역, 회계 등 전문직 종사자가 직무수행의 기회를 이용해 범행한 경우를 범행수법이 매우 불량한 경우 중 하나로 보아 가중요소로 취급하고 있다. 보험사기의 경우에도 보험모집종사자, 손해사정사,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등이 직무수행 기회를 이용해 범행한 경우를 가중요소로 정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법죄로 인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폐혜가 야기된 경우 특별양형인자로 정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만큼 보험사기의 경우에도 공영보험의 재정과 다수의 선량한 보험계약자들에게 피해를 입할 수 있어 특별양형인자로 다루자는 의견이다.
백영화 선임연구위원은 이같은 법원의 양형기준뿐만 아니라 검찰 사건처리기준에도 보험사기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사기의 경우 재판으로 가더라도 벌금형 비중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양형기준으로 규율되는 경우가 제한적일 수 있어서다.
한편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보험업계 그간의 숙원이던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가중처벌 조항이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기존 보험업계에서는 특별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험사기 행위 적발 시 보험산업관계자를 가중처벌 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가중처벌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법사위 문턱을 넘진 못했다.
손해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선량한 다수 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공·민영 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는 악성 사기범죄"라며 "보험사기 피해가 연 1조원을 웃도는 등 더욱 교묘해지고 대범해지고 있는 만큼 보다 강력한 처벌과 행정제재 병행 등의 근원적 처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