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 '자동차 수리권'...법 있어도 단 한번도 명령 내리지 않는 국토부

아무도 지키지 않는 유명무실한 '자동차 정비 매뉴얼' 제공의무법

2024-06-29     문홍주 기자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6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자동차 정비 및 유지보수를 위한 정보 공개'를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한준호 회원은 인사말에서 "지난 21대 국회에서 교통소위에서 많은 관련 내용을 다루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계획"이라며 "자동차 정비와 관련된 정보 공개와 안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래차 모든 수리 가능 302개 업소 불과, 제조사에서는 정비 매뉴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보급이 증가하면서 필연적으로 이를 수리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임상일 한국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연합회(이하 정비조합) 이사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래차의 모든 수리가 가능한 업체는 302개 업소에 불과하다"라며 "미래차 제작 및 생산과 보급속도에 비해 자동차정비 등 사후관리 부분이 매우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러한 차량들을 정비할 수 있는 인력을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신 기술에 맞춘 정비 인력의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가 제대로 된 정비 매뉴얼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번 세미나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 중 이번 세미나에 공식적으로 참여해 입장을 밝힌 회사는 한곳도 없었다. 유일하게 포드(Ford)의 수입사인 포드세일즈서비스 코리아가 참여했고, 자동차 제작사가 수리권과 관련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을 수 있었다.

포드세일즈서비스 코리아 진범수 이사는 이번 세미나에서 '포드는 고장진단기 하드웨어 제공(유료 판매) 및 기술교육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비권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관련 내용을 자세하게 전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박원덕 처장은 "자동차가 복잡한 전자기기로 변모하면서 정비 기술자들이 최신 정보를 필요로 한다"며 "수리 정보의 공개와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의 수리 정보 공개 법안을 참고하여 국내에 맞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박 처장은 "미국과 EU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법적, 기술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차량 해킹 방지를 위한 사이버 보안 강화의 필요성도 논의되었다. 전자제어 장치가 많아진 현대 자동차는 해킹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안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차량의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수리편의성을 높이는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앞으로 정부, 차동차 제조사, 정비 업계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동차 관리법 제32조의 2'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법안이란 사실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임상일 정비조합 이사는 "해당 법안에 따라 자동차제작사는 정비관련 장비 및 자료 제공의 의무를 준수해야하지만 국토부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위 사항의 이행명령을 한 차례도 내린적이 없다"며 "이행촉구가 아닌 이행 명령을 시행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번 세미나는 자동차 정비권의 중요성과 정보 공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세미나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논의와 법적 제도 마련을 통해 보다 안전하고 투명한 자동차 관리 체계가 구축되길 바란다'는 뜻을 모아 세미나를 마무리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