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실손 손해율 확대에 제3보험은 생보사 존재감↑... 손보사 ‘어쩌나’

실손 '만성 적자'에 적자폭 확대... 車보험은 적자 코앞 '텃밭' 제3보험서도 생보사 점유율↑ 주요 손보사 수익성 관리 나서 "사고 예방·손해사정 시스템 효율화에 만전"

2024-07-02     이준성 기자
국내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1분기 호실적을 거둔 손해보험사의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주 수입원인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동시에 손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한편, 제3보험에서도 생명보험사로부터 맹추격을 받는 모양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해보험사에서 취합한 올해 1분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8%로 전년 동기(126.3%) 대비 1.7% 상승했다.

비급여 항목에서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을 높인 4세대 실손보험은 손해율 상승이 더욱 가파르다. 4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118.4%에서 올해 1분기 134%로 급증했다. 무릎 줄기세포 주사 등 신규 비급여 항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차보험 손해율도 늘었다. 올 1~5월 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등 대형 4개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79.6%로 전년 동기(76.9%) 대비 2.7% 증가했다. 업체별로는 현대해상의 손해율 81.2%로 가장 높았고, 삼성화재(79.2%), KB손해보험(79.4%), DB손해보험(78.5%) 순이었다. 통상 여름철 집중호우, 휴가철 교통량 증가 등으로 인해 사고가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손해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업계가 바라보는 손해율 '마지노선'은 실손보험이 100%, 자동차보험이 80%다. 이를 넘으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해 팔아도 손해인 적자 구간에 들어섰다고 여긴다. 손보사로서는 '만성 적자'인 실손보험에서 올 1분기 적자폭이 커진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보험마저 적자를 코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제3보험 시장의 점유율 또한 생보사에게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 제3보험은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영업이 가능한 대표적인 경쟁 영역으로, 질병보험, 암보험, 상해보험, 간병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포함된다. 

올해 1분기 업권별 상위 5개사 기준 제3보험 시장 점유율은 생보사가 24%, 손보사가 76%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는 생보사가 18%, 손보사가 82%였다. 일 년 새 손보사의 텃밭에서 생보사가 존재감을 키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주요 손보사는 일제히 수익성 관리에 나섰다. 수익성 저하 요인이 확연히 보이는 데다가, 올 1분기 달성한 역대급 실적이 지난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를 도입한 것에 따른 1회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 역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올 1분기 상위 5개 손해보험사의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1% 증가한 2조5338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과잉진료 등 보험금 누수가 발생하지 않도록 심사를 관리하는 동시에, 자동차보험은 재해재난 대비와 함께 보험사기 적발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제3보험 영역에서는 보험손익 증대 기반의 영업 등 본업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손보사 관계자 역시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들어온 보험료 대비 나간 보험금이 많다는 얘기라 수익성에 당연히 영향이 있다"며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강화 및 효율적인 손해사정 시스템 구축 등 손해율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실손보험 적자 개선을 위해 4.5세대 또는 5세대 실손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 보험 전문가는 "'실손보험 빼먹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급여 의료비가 무분별하게 팽창했다는 점이 실손보험 적자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과잉진료 등 의료 환경적인 면이 개선되지 않으면 몇 세대 실손보험이 나오더라도 적자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