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 정책 '갈팡질팡'...은행권 "우리보고 어쩌라고" 혼선
금감원장 "무리한 대출 확대, 가계부채 악화시켜" 대출정책 엇박자에 은행권 대출관리 혼선 빚어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금융당국이 대출 정책을 놓고 일관적인 입장을 고수하지 못하자 은행들이 대출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지침에 따라 대출을 관리한 뒤 발생한 문제가 온전히 은행권의 책임으로 전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성급한 금리인하 기대와 국지적 주택가격 반등에 편승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안정화되던 가계부채 문제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은행권이 대출문을 다시 연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문제 악화를 우려해 대출을 무리하게 확대하지 말라고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이 다시 고객들에게 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한 이유 역시 금융당국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연기하자 은행권은 대출 확대를 지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집값을 띄우기 위한 대책을 낸 것이란 의견이 다수였다.
금융당국과 은행 사이의 엇박자가 지속되면서 가계부채 관리는 악화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707조6362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4조4054억원 불어났다.
이에 은행들은 각자도생에 나섰다. 금융당국의 지침만 믿고 대출을 관리하다간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3일부터 주담대 혼합(고정)·변동금리를 0.13%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가입 후 5년간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6개월 주기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연 3.0~4.4%에서 연 3.13~4.53%로 오른다. 가입 후 6개월 단위로 금리가 바뀌는 변동형 주담대(신규 코픽스 기준) 금리도 연 3.67~5.07%에서 연 3.8~5.2%로 인상된다.
신한과 하나, 농협은행 역시 금리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주담대 최저금리를 연 2%대까지 인하했는데 향후 연 3%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 농협은행도 이달 주담대 금리를 올리기로 하고 인상폭을 논의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침이 수시로 바뀌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관리에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 "이런 식으로 정책이 계속 바뀌면 결국 대출 관리에 대한 책임은 은행에 전가될 수밖에 없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