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지속...은행권 외화 투자 경쟁 박터진다
원/달러 환율,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 은행권 수익다각화 위해 외화 서비스 강화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최근 달러·원 환율이 1370~80원 안팎을 기록하면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 및 금리 정책 전환의 불확실성이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환율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외화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달러·원 환율은 1382.50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71원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고환율 역시 지속되고 있다. 더불어 업계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보호무역 정책을 펼쳐 달러 강세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 외환시장 거래 연장이 이뤄지며 외화 투자를 위한 환경도 과거와 비교해 우호적으로 조성됐다. 업계는 외환시장 개방을 통해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때문에 은행권에선 외화 투자가 활발해질 것을 염두에 둔 서비스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이 앞다퉈 차별화된 외화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을 포섭하는 것을 노리고 있다.
먼저 국민은행은 차세대 외환매매 플랫폼 'KB Star FX'를 리뉴얼한다. KB Star FX는 실시간 시장 환율 기반으로 환전, 현·선물환, MAR(Market Average Rate), 외환스왑 거래 및 결제와 함께 전문가의 환율 예측과 기술적 분석 등 차별화된 외환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 외환매매 플랫폼이다.
이번 리뉴얼은 크게 △거래 시간과 금액 확대 △UI·UX 개선 및 콘텐츠 추가 △글로벌 버전 출시 세 가지 방향에서 진행됐다. 외환시장 개방에 따라 해외주식 투자 등 고객의 야간 외환 매매 니즈를 반영해 KB Star FX 상품별 거래 시간을 23시 30분에서 새벽 2시까지로 연장했다. 건별 거래 가능 금액도 기존 200만불에서 1000만불로 대폭 상향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야간 데스크를 선제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서울 중구 을지로 본점에 국내 최고의 딜링룸 '하나 인피니티 서울'을 개관했다. 연중무휴 운영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나이트데스크를 운영하기 위해 기존 오후 10시까지 이뤄졌던 근무를 익일 2시까지로 변경해 2명 인력으로 운영하고 있다. 외환딜러 파견 외환겨래(F/X) 트레이닝데스크를 운영하기 위해 시스템 구축도 준비했다.
인터넷은행 가운데서는 카카오뱅크가 선제적으로 신규 외환 서비스인 '달러박스' 서비스를 출시했다. 달러박스는 달러를 보유할 수 있는 일종의 지갑으로, 달러박스에 달러를 입금하거나 원화로 출금할 때 수수료와 국내 ATM 출금 수수료는 일단 1년간 면제된다. 카카오뱅크는 외화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도 달러박스를 통해 투자를 경험해보길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은행들이 외화 서비스를 확대하는 이유로는 수익다각화가 가장 먼저 꼽힌다. 대출 시장이 축소되면서 이자수익 외에 은행들이 수익을 얻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지자 외화 시장을 신시장으로 낙점한 것이다. 은행들은 외화 거래를 통해 큰 규모의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되면 외화 투자 역시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아직 걸음마 단계인 외화 시장에서 어떤 은행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입지를 굳힐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