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 더 심각해져...오피스텔 월세↑, 아파트 9억↑ 거래 절반 넘겨

말라가는 오피스텔 시장, 뒤늦은 정부 비아파트 시장 대책 '사후약방문'

2024-07-15     문홍주 기자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최근 서울 오피스텔의 월세 가격이 일제히 상승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절반이 9억을 넘겼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른바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가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오피스텔에서 아파트로 사다리를 타듯 이동할 수 있는 수요자가 더욱 줄어들 거란 것이다.

오피스텔 물량 전국 3만 실, 서울 1만 실 못미칠 것...월세 가격 상승 부채질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텔은 1∼2인 가구 증가 추세에 따른 주택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빌라보다 주거환경이 좋고, 대부분 지하철 인근 역세권에 집중되어있는 오피스텔의 특성상 이를 선호하는 솔로 혹은 커플 청년들이 언젠가 아파트로 넘어갈 것을 꿈꾸며 오피스텔 시장에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러나 2023년 초 전세사기 이슈, 고금리와 낮은 시세 차익 기대감 등으로 오피스텔에 대한 불신·기피 현상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2023년 약 6만 실이었던 전국 오피스텔 공급물량이 크게 꺾였다. 전문가들은 전국의 오피스텔 공급물량이 2024년 3만 실로 반토막 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 물량은 2026년 기준 약 2만 실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오피스텔 공급은 1만 실에도 못미칠 거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러한 전망은 호들갑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피스텔 매물이 말라가기 시작했고, 입주하려는 청년들은 많아짐에 따라 풍선효과처럼 서울과 경기 일대의 오피스텔 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의 오피스텔 월세는 ▲서울 0.45% ▲경기 0.53% 상승했다. 반면 인천은 0.59% 하락했다. 비선호 매물인 ‘비역세권 노후 오피스텔’을 벗어나 신축으로 갈아타려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월세가 높아질수록 ‘주거 사다리 걷어차기’가 심각해져 청년들이 아파트 구입은 커녕 서울 오피스텔 월세를 버티지 못하고 시 외곽으로 나가야 할 수도 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이미 서울 오피스텔 월세를 견디지 못해 경기도 쪽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경기도 오피스텔 월세 역시 높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한편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상반기 아파트 거래비중은 9억이 절반을 넘어섰다.

직방은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1~6월) 서울 아파트는 총 2만 3,328건이 거래된 가운데 53.1%(1만 2,396건)가 9억 원 초과 거래 건으로 집계됐다”며 “이는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정부 대책 효과 있나?...죽어가는 오피스텔 시장 '사후약방문'

정부는 올해 1월 ‘비아파트 시장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했다’라는 진단을 내리고 건축 규제를 대거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 허용, 도시형생활주택의 가구 수 제한 폐지, 공유차량 주차면수 설치 시 주차장 기준 완화 등이 포함되어있다. 비아파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한도를 확대하고 공적보증 지원도 늘리기로 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당장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는 이와 관련해 “아파트에 비해 비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낮다는 점, 고금리와 전세사기 이슈 등으로 인한 비아파트의 투자 매력 감소, 주차장 기준 완화로 인한 기반시설 과포화 및 난개발 우려 등 부작용도 정책 효과를 제한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이 아파트에서 살고있는 게 아닌데도, 비아파트 시장을 마치 사각지대처럼 방치한 시간이 너무 오래되었다”라며 “특히 법적 허술함이 충분히 예상됐던 빌라, 오피스텔 전세사기 등을 미리 막지 못해 1~2인 청년층의 주거 수요가 역세권 일대의 더 좋은 오피스텔로 몰리고 있고, 오피스텔 매물이 말라감에 따라 아파트 쏠림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