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경영권 ‘키맨' 신동국 회장 의중 어디로?

송영숙 회장 모녀, 신 회장과 손잡고 전문경영인 도입 확약(確約)…상속세 문제 해결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 형제, 신 회장과 미세한 입장차…임시주총에서 기 싸움 예상

2024-07-16     강성기 기자
신동국

[녹색경제신문 = 강성기 기자] 그동안 한미약품 가족 간 불협화음 속에서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편에 서왔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모녀(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쪽으로 기울면서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 총수일가 경영권 분쟁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친 ‘키맨’이다.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 주주인 신 회장은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서 형제편에 서서 형제가 경영권을 쥐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형제는 지난달 열린 한미약품 임시주총에서 신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 신 회장이 이사회 멤버로 한미약품의 경영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다시 한 번 반전이 연출됐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모녀의 일부 지분을 매수하는 주식매매 계약 및 의결권공동행사 약정을 체결하며 형제와 대립각을 세웠다. 

신 회장은 모녀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6.5%(444만4187주)를 양도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3자가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매매 계약 규모는 1644억 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모녀에게 남은 상속세를 해결하기 충분한 금액이다. 송 회장은 2026년까지 1080억 원, 세 자녀는 약 540억 원 규모의 세금이 남아있는데 모녀가 이번에 완전히 납부하면서 상속세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됐다. 

이번 계약으로 모녀와 신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48.19%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데 반해 형제 쪽 지분은 29.07%에 그친다. 

신 회장의 이번 결정은 형제가 경영권을 잡고서부터 흘러나오는 지분 매각설 등에 실망해 취해진 조치로 알려진다. 

신 회장은 한미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공식 직함은 한양정밀 회장이다. 한양정밀은 1981년에 설립된 소형굴착기·자동차 부품 제조기업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37억 원, 매출은 878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그는 2010년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지분 12.5%를 420억 원을 들여 매입했다. 

지난 8일 송 회장은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한 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한미는 신 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새로운 한미그룹으로 재탄생하기를 바란다”며 퇴진을 알렸다.

이어 “한미 지분을 해외 펀드에 매각해 한미의 정체성을 잃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 한미의 다음 세대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맡고 대주주들은 이사회를 통해 이를 지원하는 선진화된 지배구조로 가야 한다는 판단을 최근 신 회장께서 내리시고 저희에게 손을 내미신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 10일 형제 측은 신 회장과의 공동 입장이라며 “가족 간 불협화음이 극적으로 봉합됐다”면서 “두 형제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책임경영과 전문경영, 정도경영을 하이브리드 형태로 융합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내용을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은 한 매체를 통해 “형제와 뜻을 모아 화합하기로 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형제의 경영 참여를 논한 것은 아니다”며 형제 측 입장을 반박했다. 

송 회장 모녀와 신 회장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합의하면서 조만간에 임시 주주총회가 개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형제와 신 회장 사이의 미묘한 입장 차이를 둘러싸고 양측의 기 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